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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김혜순 김언희 젖이라는 이름의 좆 김민정 네게 좆이 있다면 내겐 젖이 있다 그러니 과시하지 마라 유치하다면 시작은 다 너로부터 비롯함일지니 어쨌거나 우리 쥐면 한 손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빨면 한 입이라는 공통점 어쨌거나 우리 썰면 한 접시라는 공통점 (아, 난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도려냈다고! 이 지극한 공평, 이 아찔한 안도) 섹스를 나눈 뒤 등을 맞대고 잠든 우리 저마다의 심장을 향해 도넛처럼, 완전 도-우-넛처럼 잔뜩 오그라들 때 거기 침대 위에 큼지막하게 던져진 두 짝의 가슴이, 두 짝의 불알이. 어머 착해. [강정의 나쁜 취향] 정남식·김민정 http://news.hankooki.com/ArticleView/ArticleView.php?url=life/200505/h2005053021361767110..
장정일 / 황병승 / 아방가르드 최근 "시와 정치" 논의에 대하여 1정신병 전쟁영화에서덜떨어진애 나중에미쳐서지가뒤지든가 합의하에죽이든가함 싸이코 광기 언어치료불능 약물치료 극단적 충격 앞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기만의 세계로 2신경증 주인공묵묵히고뇌하는표정 나중에집으로돌아가도 적응잘못하고강박증심해짐 히스테리(여) 짜증 질문하고 대답에 만족을 못함 내가 진짜로 원하는건이게아니라며 상대방을 난감하게 함. 나의 결핍을 타자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내가 의미있는, 가치있는 욕망의 대상인가 궁금해함. 거리를 유지하려고함 소유하면 욕망의 대상이길 멈출테니 그걸 원하지도, 너무 떨어져도 불안하고 거리두기에 전전긍긍함 -내가 저사람에게 필요한 존재인가? 내가 여자로 안보여? 내가 쉬워? 강박증(남) 내가 여전히 나인가? 불가능한 꿈을 꿈으로써, 다른사람에게 나를 열려고 하지 않음, 타자..
김선우 얼레지 - 김선우 엣 애인이 한밤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자위를 해본 적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느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벌 나비를 생각해야만 꽃이 봉오리를 열겠니 되물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레지…… 남해 금산 잔설에 남아 있던 둔덕에 딴딴한 흙을 뚫고 여린 꽃대 피워내던 얼레지꽃 생각이 났습니다 꽃대에 깃드는 햇살의 감촉 해토머리 습기가 잔뿌리 간질이는 오랜 그리움이 내 젖망울 돋아나게 했습니다 얼레지의 꽃말은 바람난 여인이래 바람이 꽃대를 흔드는 줄 아니? 대궁 속의 격정이 바람을 만들어 봐, 두 다리가 풀잎처럼 눕잖니 쓰러뜨려 눕힐 상대 없이도 얼레지는 얼레지 참숯처럼 뜨거워집니다 물속의 여자들 - 김선우 늦봄 저수지 둑 위에 앉아 물속을 오래 ..
흐린 날 미사일 나는 이제 느릿느릿 걷고 힘이 세다 비 온 뒤 부드러운 폐곡선 보도블록에 떨어진 등꽃이 나를 올려다보게 한다 나는 등나무 페르골라 아래 벤치에 앉아 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등꽃이 상하로 발을 쳤고 그 휘장에 가리워 나는 비로소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미사일 날아갔던 봉재산엔 보리밭은 없어졌고 애기똥풀 군락지를 지나 롤러스케이트장 공원 계단 및 노인들 아지트는 멀리서 보면 경회루 같은데 내가 그 앞에 있다 명자꽃과 등꽃과 가로등 쌍 수은등은 그 향기를 바닥에 깐다 등꽃은 바닥에서부터 지붕까지 수직으로 이어져 꼿꼿한 것이다 허공의 등나무 덩굴이 반달을 휘감는다 급한 일? 그런 게 어딨냐 흐린 날 미사일 김영승 시닉스 디오게네스
김소연, 버리고 돌아오다 지루한 글이었다 진전 없는 반복, 한 사람의 생 읽어내느라 소모된 시간들, 나는 비로소 문장 속으로 스며서, 이 골목 저 골목을 흡흡, 냄새 맡고 때론 휘젓고 다니며, 만져보고 안아보았다, 지루했지만 살을 핥는 문장들, 군데군데 마지막이라 믿었던 시작들, 전부가 중간 없는 시작과 마지막의 고리 같았다, 길을 잃을 때까지 돌아다니도록 배려된 시간이, 너무 많았다, 자라나는 욕망을 죄는 압박붕대가 너무, 헐거웠다, 그러나 이상하다, 너를 버리고 돌아와 나는 쓰고 있다, 손이 쉽고 머리가 맑다, 첫 페이지를 열 때 예감했던 두꺼운 책에 대한 무거움들, 딱딱한 뒷 표지를 덮고 나니 증발되고 있다, 숙면에서 깬 듯 육체가 개운하다, 이상하다, 내가 가벼울 수 있을까, 무겁고 질긴 문장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진은영, 멜랑콜리아, 정육점 여주인 -멜랑콜리아 그는 나를 달콤하게 그려놓았다 뜨거운 아스팔트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나는 녹기 시작하지만 아직 누구의 부드러운 혀끝에도 닿지 못했다 그는 늘 나 때문에 슬퍼한다 모래사막에 나를 그려놓고 나서 자신이 그린 것이 물고기였음을 기억한다 사막을 지나는 바람을 불러다 그는 나를 지워준다 그는 정말로 낙관주의자다 내가 바다로 갔다고 믿는다 _정육점 여주인 유리창 밖으로 붉은 눈발 날린다 커다란 칼을 들고 다정한 눈망울로 바라보는 수소를 힘껏 내리치던 때가 있었지, 요즘엔 아무 일도 없다 냉기로 달아오르는 난로 옆에서 그녀는 중얼거린다 천장에 오래 켜놓은 형광등이 깜빡인다, 칼은 녹슬었고 오늘 밤에는 들판에 나가야겠다 풀 먹인 하얀 앞치마에 가득히 떨어지는 별을 받으러, 장미 성운에서 온 것들이 쇠 다듬는..
Talking Bird, Death Cab for Cutie And you're kept in an open cage 넌 열린 새장 안에 있으니 So you're free to leave or stay 떠나든 여기 남든 네 자유야 And sometimes you get confused 때때론 넌 혼란스러워하지 Like there's a hint that I'm trying to give you 내가 줄 힌트라도 있는것처럼 And the longer you think 더 오래 생각할수록 The less you know what to do 뭘해야할지 더 모를 뿐이야 It's hard to see your way out When you live in a house in a house 집 안의 집에 살땐 출구를 찾기 어렵지 'Cause you don't realize T..
김행숙, 공진화하는 연인들 네가 손을 내밀자 춤이 시작되었다 또 한쌍이 만들어졌군, 언제나 구경꾼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가장 먼 곳에서 뛰어와서 포옹을 하는 연인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어 너의 손은 너의 호주머니로 나의 손은 나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호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고 나왔으면 어땠을까 아하, 검은 주머니가 중요하군, 깜깜한 데서 혼자 생각하는 것 말이야 둘이서는 할 수 없는 일 이것은 혼잣말이지 네 개의 발이 손과 발로 처음으로 구별되었을 때 손의 기분은 어땠을까 둥둥 떠 있는 기분이 어땠을까 어둠 속에 누구의 손이 있었나, 확 피어나는 성냥불 그림자가 컬러를 가질 때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이 튀어나온다 두개의 손이 오른손과 왼손으로 처음 분열되었을 때 모른 척하기로 했던 것을 정말 모르게 되었을 때 영원..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앤디워홀의 생각 - 이규리 내가 빌렸던 입술, 내가 빌렸던 꽃잎, 내가 빌렸던 손, 내가 빌렸던 여자 한데 쏟아 넣고 보글보글 끓이면 농심라면이다 퉁퉁 불어터진 면발과 식은 국물로 허기를 채우던 밤은 이제 가라 빼곡한 세상의 진열대 복제된 사랑 안에서 오늘 누가 울고 있나 추억도 나날이 소비되는 것 신제품에 밀려 구석진 곳에서 먼지를 쓰고 있는 저 느렸던 날들의 행복에 대해선 이제 말하지 말자 나는 나를 믿을 수 없다 굳기름 둥둥 떠다니는 치사한 연애는 이제 내다버려라 쇼핑백 속 훌쩍거리는 비애 덩어리들 지상이 화면을 빠져 나가면 대량 생산된 사랑 코카콜라처럼 마셨던 여름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