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82) 썸네일형 리스트형 아가와 아빠와 잎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이 시로 시작한다. 구름 한 점 없는 순수한 이마 경이 앞에 꿈꾸는 눈을 한 아이야! 시간이 흘러 나와 그대가 따로 떨어진 두 인생을 산다 해도 그대는 사랑스러운 미소로 사랑의 성물로 건네는 이 이갸기를 반갑게 맞을 테지 그대의 햇살처럼 빛나는 얼굴을 보지 못했네 그대의 은빛 웃음소리도 듣지 못했네 앞으로 펼쳐질 그대의 젊은 삶속에서 나에 대한 생각은 찾아볼 수 없겠지...... 그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이제 충분하다네 이야기는 어느 여름날 햇빛이 반짝이던 날 시작되었지 우리가 노를 젓는 박자에 맞춰 수수한 종소리가 시간을 알려주었지...... 종소리 메아리가 아직도 기억에 살아 숨쉰다네 세월이 샘내듯 잊으라 말하겠지만 어서 와 귀를 기울여 주오 쓰라린 세파로 물든 무서운 목소리가 반갑지 않은 잠자리로 불러들.. 박상순, love adagio 아직 덜 마른 목재들이 마르는 소리 - 그의 무른 몸이 내 지붕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 아직 덜 마른 그의 몸이 마르는 소리 - 그의 불행이 내 지붕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 아직 덜 마른 짐승의 살이 마르는 소리 - 아직 눅눅한 그의 몸이 내 지붕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 메르세데스 쏘사 피상적인 것은 변합니다 심오한 것도 변하고요 생각의 방법도 변해요 그렇게 세상의 모든 건 변해갑니다 해가 가면서 계절도 변합니다 양치기의 양떼도 변하죠 그렇게 모든 것이 변하는 것처럼 내가 변해간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어요 - 'Todo cambia (모든 것은 변합니다)' 중에서- 하느님께 청합니다 내가 불의에 무관심하지 않도록 나의 다른 볼을 치지 않도록 매서운 발톱이 이 운명에 나를 할퀸 뒤에 - 'Solo le pido a dios' 중에서- 행운과 불행을 구별할 수 있게 한 웃음과 눈물을 나에게 준 삶에 감사드립니다 웃음과 눈물로 나의 노래를 만들어졌고 모든 이들의 노래는 모두 같은 노래이고 모든 이들의 노래를 바로 나의 노래입니다 - 'Gracia a la vida' 중에서- 삶에 감사하며 그.. 객관적인 아침 - 이장욱 객관적인 아침 나와 무관하게 당신이 깨어나고 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 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 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 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 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 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 구름을 통과하는 종이 비행기와 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 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 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 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 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 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 희미한 풍경 같아서. 너무나 많은 것들, 앨런 긴즈버그 너무나 많은 공장들 너무나 많은 음식 너무나 많은 맥주 너무나 많은 담배 너무나 많은 철학 너무나 많은 주장 그러나 너무 부족한 공간 너무 부족한 나무 너무나 많은 경찰 너무나 많은 컴퓨터 너무나 많은 가전제품 너무나 많은 돼지고기 회색 슬레이트 지붕들 아래 너무나 많은 커피 너무나 많은 담배 연기 너무나 많은 종교 너무나 많은 욕심 너무나 많은 양복 너무나 많은 서류 너무나 많은 잡지 지하철에 탄 너무나 많은 피곤한 얼굴들 그러나 너무나 부족한 사과나무 너무나 부족한 잣나무 너무나 많은 살인 너무나 많은 학생 폭력 너무나 많은 돈 너무나 많은 가난 너무나 많은 금속물질 너무나 많은 비만 너무나 많은 헛소리 그러나 너무나 부족한 침묵 어떤 것을 충분히 배려하고, 중요하다는 충분한 믿음을 갖는 것이, 그리.. 기형도,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여행자, 조치원 그는 어디로 갔을까너희 흘러가 버린 기쁨이여한때 내 육체를 사랑했던 이별들이여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물들은 소리 없이 흐르다 굳고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 왔다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 냈다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 온 이 길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ㅡ 그는 말을 듣지 않는 자신의 육체를 침대 위에 집어던진다 그의 마음속에 가득찬, 오래 된 잡동사니들이 일제히 절그럭거린다 이 목소리는 .. 심대섭, 식물의 죽음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酒店)에 앉아있을 거다 초경(初經)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酒店)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가장 이상한 세 단어 내가 '미래'라는 낱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단어의 첫째 음절은 이미 과거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정적을 깨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게 된다. 결코 무(無)에 귀속될 수 없는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 뜻밖의 만남 살아있는 자 현실이 요구한다 현실 아틀란티스 이전 1 ···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