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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위로할 수조차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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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9. 10:56
낮부터 술에 취해서 하루를 보내고, 실연한 사람처럼 이런저런 추억을 떠올리며 또 하루를 보냈어요. 새벽에 그 바위 위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란 어떨까?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사는 이 나라에서 고독이란 가장 경멸할 만한 감정이죠. 개성을 드러내는 일은 문제적인 인물로 찍히는 지름길이죠. 모두가 입을 다물 때, 진실을 말하는 일은 혼자 잘난 척하는 일로 여겨지죠. 바위 위에 혼자 서 있는다는 건 그런 뜻일 거예요. 온전히 개별적인 존재로 이 세상 전부와 맞선다는 것. 아무리 많이 배우고,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졌어도 이 나라에서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서 다니죠. 학연이나, 지연이나, 혈연으로. 원숭이들처럼, 모여서 걸어다니죠.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그 대열에서 벗어나면 죽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니까. 그게 쥐든, 개든, 다른 짐승들과 마찬가지로. 그러므로 개별적인 존재로도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순간부터 짐승이 아니라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얘기겠죠. 하지만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이제 조금씩 알겠네요. 희로애락의 근원을 알겠네요. 그 새벽의 바위 위에 서 있던 그 사람을 누구도 위로할 수 없다는 그 자명한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하네요. 저기 사람들이 지나가네. 그렇게 지나가던 사람들 속에 나도 있었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이젠 위로할 수조차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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