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사랑과 연합

'붙잡음'과 '붙잡힘'의 이중적 과정에 대한 기록

『사랑과 연합』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다양하다. 가령 죽음충동이나 무한 판단 같은 난해한 개념들을 상세하게 추적하고 있는 글들이 있고, 가족과 성장과 직업과 연애라는 인간 삶의 평범하고 중요한 계기들을 성찰하고 있는 글들도 있다. 이중섭과 오윤이라는 한국 미술사의 핵심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는 글들도 있으며, "콤플렉스"와 "아나키즘"과 "이름"이라는 진부한 주제가 내포하고 있는 급진적인 가능성을 발굴하는 글들도 있다.

공동체와 연합의 엄밀한 구분이 갖는 실천적이고 이론적인 매력은 그 구분이 새롭게 열어놓는 가능성에 있다. 첫째는 정치와 철학이 공동체적인 업무로 한정되고 재조정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철학자를, 플라톤을 모델로 삼아서, 공동체의 이념적 수호자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에 따를 때 들뢰즈조차도 엄밀한 의미에서의 철학자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또한 칸트적인 통찰에 근거해서 국가와 정치의 기능이 인간 주체의 온전한 양육과 교육을 담당하는 기능으로 환원되어야 한다고, 즉 공동체적 기능으로 환원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책은 왜 사랑이 항구적일 수 없고 언제나 순간적인지에 대한 오래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랑의 일시성이 공동체의 본성과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저자는 사랑이 오로지 결혼을 통해서 생산적인 결실(즉, 아이)을 맺게 하는 오래된 방식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으며, 반면에 오로지 연합 속에서만 성인들은 지속적인 형태의 사랑을 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 소개

저자 : 이성민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학과 대학원을 중퇴했다. 그 후 정신분석 공부를 하면서 이와 관련된 집필, 번역, 강연 활동을 해왔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학위를 준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슬라보예 지젝의 『까다로운 주체』,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 『신체 없는 기관』(공역), 『이라크』(공역), 지젝과 믈라덴 돌라르의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 알렌카 주판치치의 『실재의 윤리』, 미란 보조비치의 『암흑지점』, 레나타 살레츨의 『사랑과 증오의 도착들』, 등이 있으며, 발표 논문으로는 「주체의 진리와 자리」, 「주체의 윤리」 등이 있다

목차

서 언


1. 비평과 철학의 연관에서 출몰하는 근본문제
2. 헤겔의 시간
3. 가족이란 무엇인가?
4. “독립”에 대한 성찰


5. 하루키적 존재론 하에서의 양을 쫓는 모험
6. 6+8, 4+1+9


7. 아나키즘의 운명
8. 주체와 이름의 연관
9. 콤플렉스와 문명


10. 부정 판단의 선의와 무한 판단
11. 죽음충동, 불투명한 표면
12. A - A = a
13. 신비와 수수께끼


14. 연인들의 윤리
15. 사랑과 연합


16. 기능하는 윤리
17. 주체의 진리와 자리
18. 주체와 윤리
19. 상상적 전회를 통한 들뢰즈의 내기: 주체 없는 공동체
20. 연합의 길


21. 돌아오지 않는 강
22. 1984 오윤

감사의 말

책속으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의 결함들 때문에 오히려 더더욱 그를 사랑했던 그녀가 결국에 가서는 그 결함들에 찔리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그녀의 사랑의 선택을 거짓이라고 부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그러한 사랑은 기능하지 않는다. 숭고한 것은 곧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전락하고 만다. 오늘날의 주체들이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면 이는 그들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발생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욕망은 사라진다. 욕망 없는 사랑이 맹목적이라면, 사랑 없는 욕망은 공허하다.--- p.170

나에게는 두 가지 문제가 주어져 있다. 하나는 성장의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욕망의 문제이다. 전쟁은 이 두 문제에서 이율배반을 구성한다. 한편으로 전쟁은 성장을 멈추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 전쟁이 없다면 건전한 욕망, 윤리적 욕망은 유지될 수 없다. 전쟁에 걸려 있는 이 중차대한 문제들을 정신분석적으로 전유함으로써 나는 다음과 같은 전망을 제안하려고 한다. 즉 칸트는 공동체에 걸려 있는 핵심적인 문제가 성장의 문제임을 보고 있다. 다른 한편 세계공화국을 연합과 등치시키는 가라타니를 따라서 나는 연합에 걸려
... 펼처보기 --- p.321

출판사 리뷰

이 책 『사랑과 연합』은 이성민의 첫 저서이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강연이나 지면을 통해서 발표한 글들과 여타의 글들을 묶었다. 저자는 인문학계에서 성실한 번역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여 년간 10권의 번역서를 출간하며, 특히 슬라보예 지젝을 중심으로 한 라캉주의 ‘슬로베니아학파’ 이론을 소개하는 데 기여를 아끼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싹튼 사유의 단초들은 인문학 전반과 예술을 넘나들며 매우 돌올하고도 신선한 해석과 문제제기로 나타난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다양하다. 가령 죽음충동이나 무한 판단 같은 난해한 개념들을 상세하게 추적하고 있는 글들이 있고, 가족과 성장과 직업과 연애라는 인간 삶의 평범하고 중요한 계기들을 성찰하고 있는 글들도 있다. 이중섭과 오윤이라는 한국 미술사의 핵심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는 글들도 있으며, “콤플렉스”와 “아나키즘”과 “이름”이라는 진부한 주제가 내포하고 있는 급진적인 가능성을 발굴하는 글들도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로운 것은 공동체와 연합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다. 저자는 이 둘을 원리적인 수준에서 엄밀하게 구분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탄생과 성장과 죽음이 다루어지는 곳을 공동체로 한정하고 있고, 성숙한 주체의 삶과 사랑이 펼쳐질 곳을 연합이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철학과 정치의 영역을 공동체로 한정한다.

이러한 구분은 현대 사회가 처한 조건에 대한 정신분석적 통찰을 근거로 한다. 가령 슬라보예 지젝 같은 정신분석 진영의 철학자들은 오늘날의 주체들이 성장을 거부한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진단에 저자는 후설의 유럽공동체나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이야기하는 학문공동체 같은 거시적 외연을 갖는 공동체 관념이 점근선적 성장 개념을, 즉 끝이 없는 무한 정진의 개념을 끌어들이는 퇴행적 관념이라는 진단을 덧붙인다.

공동체와 연합의 엄밀한 구분이 갖는 실천적이고 이론적인 매력은 그 구분이 새롭게 열어놓는 가능성에 있다. 첫째는 정치와 철학이 공동체적인 업무로 한정되고 재조정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철학자를, 플라톤을 모델로 삼아서, 공동체의 이념적 수호자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에 따를 때 들뢰즈조차도 엄밀한 의미에서의 철학자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또한 칸트적인 통찰에 근거해서 국가와 정치의 기능이 인간 주체의 온전한 양육과 교육을 담당하는 기능으로 환원되어야 한다고, 즉 공동체적 기능으로 환원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오늘날 큰 쟁점이 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 개념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흥미로운 생각이다.

공동체와 연합의 구분이 열어놓는 가능성은 또한 항구적인 형태를 지닌 사랑이다. 이 책은 왜 사랑이 항구적일 수 없고 언제나 순간적인지에 대한 오래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랑의 일시성이 공동체의 본성과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저자는 사랑이 오로지 결혼을 통해서 생산적인 결실(즉, 아이)을 맺게 하는 오래된 방식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으며, 반면에 오로지 연합 속에서만 성인들은 지속적인 형태의 사랑을 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치지 못한 연애편지와 서러움 - 거미론: 서러움과 글쓰기  (1) 2011.05.31
보르헤스  (0) 2011.05.31
소셜네트워크(ted)  (0) 2011.05.15
공공사업(ted)  (0) 2011.05.15
파스칼키냐르, 옛날에 대하여  (0) 2011.05.10
은밀한 생  (0) 2011.03.29
은밀한 생 비밀  (0) 2011.03.26
은밀한 생 언어  (0) 2011.03.26
은밀한 생 (네미)  (0) 2011.03.26
언어는 성스러운 침묵에 기초한다.  (0) 2011.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