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가까운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가 숨기는 것들에 대한 기억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제8장
*
어느 때, 어느 누구와 함께 있어도, 나의 모든 감정에 대뜸 영향을 미치는 고독이라는 일탈을 극복하기는 불가능했다.
일탈을 비밀스런 곳으로 옮겨가면 그곳에 고독이 내려앉는다.
나는 웅크린 침묵의 균열을 결코 메우지 못했다. 침묵의 틈새에서는, 모든 것이 우선 내게로 떨어졌다.
그런데 사랑이란 정확히 이런 것이다: 은밀한 생, 분리된 성스러운 삶, 사회로부터 격리된 삶, 그것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된 삶인 이유는, 그러한 삶이 가족보다 먼저, 사회보다 먼저, 빛보다 먼저, 언어보다 먼저, 삶을 되살리기 때문이다. 어둠 속, 목소리도 없는, 출생조차도 알지 못하는, 태생(胎生)의 삶
제9장
*
어디에서나 영혼은 비밀이다. 드러나는 것은 육체다. 은폐되는 것은 영혼이다. 자신의 비밀스런 이름을 말하는 사람에게는 이제 영혼이 없다.
언어는 침묵할 수 있는, 자신을 표현하기를 거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 가능성이 언어의 심장이다.
그것은 인류가, 그 동물적 본성에 수수께끼로서, 번식의 조건들에 대한 도전으로서 순결을 지녀왔던 것과 마찬가지다. 회화가 형상화가 불가능한 것을 스스로에게 끌어들인 것과 마찬가지다.
제11장 가차없는 관계
사랑은 가차없는 관계다. 아무것도 그 요구를 들어주지 못할 것이다. 어떤 평화도 그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건 사랑의 잘못도, 두 사람 중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사랑은 두 사람을 묶어두는 동시에 쫓아내는 것이며,
사랑은, 모른 체하며, 그들 각자를 상대방의 내벽에(상대방의 피부 뒤에) 거주시키는 것이며,
끼워넣고, 그리고 죽이는 것이다.
가공될 수도, 타협될 수도, 극복될 수도, 초월될 수도, 가려질 수도, 승화될 수도 없는 인간 개개인의 원천에 바로 성의 차이가 있다.
그것은 순수하다.
그것은 절대적이다.
그것은 불가해한 것, 부단한 것, 내재적인 것, 번식하는 것, 증식하는 것, 질긴 것, 계절과 무관한 것, 집요한 것이다.
성적 관계는 다음과 같은 불가피한 점을 지니고 있다: 성적 관계는 양면적이다. 그것은 나체가 아니라 노출에 관련된다. 동물적 순수성은 소위 인간의 혐오감 혹은 성적 수치심으로 오염되었다. 나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노출에 의해서. 사랑에 대한 증오가, 사랑의 의식으로서, 사랑 안에 있다. 그리고 이 의식은 새의 깃털이 물고기에게 유익한 만큼 사랑에 유익하다.
제12장
타협하지 않는 사람은 욕설만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다른 선택은 단순하다.: 정치적 재교육, 반드시 필요한 육체 안에, 필요한 언어 안에 깃들인 필요한 영혼.
*
나는 불편하지만 독립적이고 복잡하지만 은밀한 삶을 더 좋아했다. 나는 훈장들을 거부했고, 음악회에, 연극에, 오페라에, 영화에, 공식 모임에, 환영회 따위의 의례에 별 이유 없이 받는 초대들은 그로 인해 받게 될 부담과 시간 소비를 모면하기 위해서 피했으며, 주말과 저녁 시간들을 사회적인 '기브 앤 테이크'에 묶인다는 이유로 의무들을 회피했다. 가장 사소한 훈장도 위계 질서에 편입되어 품행이 사회의 감시 -- 감시가 내면적이라 할지라도 -- 에 예속된다. 유명세는, 그것을 사용하게 되면, 생활 전체를 거울에, 자신을 끔찍하게 포획하는 데 내주게 된다. 꾸며낸 이야기는 지속시켜야만 하는 이미지 안으로 차츰차츰 압수당한다. 대중 앞에서 말을 하게 되면 내 목구멍은 그저 약간의 소리밖에는 낼 수 없을 정도로 바싹 말라붙어버리는 것이 정상이다: 대중이란 허구이며, 그 허구에 의해 사회가 규범화되고, 허구 자체의 전형 속에 갇혀버리며, 차츰 그 전형이 사회 위로 솟아오른다.
삶은 사적일 경우에만 생동감으로 넘치고, 나체는 이미지가 부재할 때만 나타나고, 여명이나 황혼에서 반복되었으며 또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과 자기 자신의 시선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선에 대한 기억에서마저도 벗어난, 매순간에 동의하는 욕망이 있을 뿐이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다: 모든 모국어들, 구어들, 인간 상호간의 언어들을 다소간 등지지 않은 사생활이란 없다.
*
자신의 주인이 되려면 자신에게 예속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정체성이란 사회적 역할이 따르고 있는 의존 관계보다 더 요원한 것, 육체보다 더 우연한 것이 아닐까 의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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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육체라는 기표가 되기, 자신의 태어남으로부터 분리되기, 태어난 장소로부터 분리되기, 맨 처음 중얼거렸던 언어로부터 자신을 구분하기, 영원히 태어나고 있는 자처럼 살아가기.
이런저런 언어의 지배를 받기 이전처럼 살아가기. 한밤중에 무언가 우리를 공격해올 때, 그때 우리가 이해했던 것으로부터 의미가 풀려버리기 이전처럼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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