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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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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보내주는 건 우리 엄마예요, 편지를 보내는 것도 엄마구요.
  할머니가 말했다.
- 너희 엄마가 편지를 쓴 것은 나한테가 아니야. 내가 글을 못 읽는다는 것을 잘 아니까. 예전에는 내게 편지를 보낸 적이 한번도 없다. 지금은 너희들이 있으니까 편지를 하는 거지. 하지만 나는 편지 따위는 필요없다! 너희 엄마가 보내주는 것 중에는 내게 필요한 건 아무 것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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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없더라도 가끔씩 날 보러 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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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책 한 권쯤 쓸 수 있을 거야. 여러 권도 쓸 수 있겠지만 어쩌면 단 한 권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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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자, 마티아스. 너무나 고통스럽고, 너무나 슬플 때는, 그러면서도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을 때는 소리를 질러. 그러면 속이 시원해질 거야.
  아이가 대답했다.
- 난 벌써 그렇게 썼어. 난 뭐든지 다 써. 우리가 여기에 살면서부터 나한테 일어난 일은 다 써뒀어. 내 악몽들이랑, 학교랑, 뭐든지. 나도 너처럼 커다란 노트를 가지고 있어. 너는 여러 권 가지고 있지만, 난 아직 한 권 뿐이야. 그나마도 아직 조금밖에 못 썼어. 난 그걸 너한테 절대로 안 보여줄 거야. 너도 네것을 못 읽게 했으니까, 나도 너 못 읽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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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의 노트"




<그녀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말하기 위해서 글을 쓰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슬픔 속에 침몰하지는 않았다.>
<나는 가끔 헝가리에 가지만, 어린 시절의 낯익은 포근함을 찾아볼 수가 없다. 어린 시절의 고향은 세상 어느 곳에도 없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것들(감상적인 것)에 염증을 느꼈고, 그 이후 가능한 수식이 없는 간결한 문체를 추구하게 되었다. ...
나는 내 작품의 인물들이 쳉험하는 일들을 모두 내 자신의 일로 느낀다. 따라서 그들과 함께 슬픔에 빠지기도 하고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나는 작중 인물들의 내부에는 결코 들어가지 않는다. 그들이 말할 때도 나는 일체 부연 설명을 하지 않는다. 단지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계속 유지할 뿐이다.
...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것(하나의 작품을 완성했을 때 얻는 행복)은 속임수이다. 쓰면 쓸수록 병은 더 깊어진다. 쓴다는 것은 자살적인 행위이다. 나는 쓰는 것 이외에는 흥미가 없다. 나는 작품이 출판되지 못하더라도 계속 쓸 것이다. 쓰지 않으면 살아 있을 이유가 없다. 쓰지 않으면 따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