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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카와 슌타로, 네로

네로
-사랑받았던 작은 개에게

네로
이제 곧 여름이 온다
너의 혀
너의 눈
너의 낮잠 자는 모습이
지금 또렷이 내 앞에 되살아난다

너는 단지 두 번의 여름을 알았을 뿐이었다
나는 벌써 열여덟번째의 여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 것과 또 내 것이 아닌 여러 여름을 떠올리고 있다
메종 라피트의 여름
요도의 여름
윌리엄즈 파크 다리의 여름
오랑의 여름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도대체 이미 몇 번 정도의 여름을 알고 있을까 하고

네로
이제 곧 또 여름이 온다
그러나 그것은 네가 있던 여름은 아니다
또 다른 여름
전혀 다른 여름인 것이다

새로운 여름이 온다
그리고 새로운 여러 가지를 나는 알아차린다
아름다운 것 미운 것 나를 힘차게 만들 것 같은 것
나를 슬프게 만들 것 같은 것
그리고 나는 묻는다
대체 무엇일까
대체 왜일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네로
너는 죽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멀리 가서
너의 목소리
너의 감촉
너의 기분까지가 지금 또렷이 내 앞에 되살아난다

하지만 네로
이제 곧 여름이 온다
새롭고 무한하게 넓은 여름이 온다
그리고
나 역시 걸어가리라
새로운 여름을 맞고 가을을 맞고 겨울을 맞아
봄을 맞아 더욱 새로운 여름을 기대하여
온갖 새로운 것을 알기 위해
그리고
온갖 나의 물음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