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친구
별과 시간과 죽음의 무게를 다는 저울을
당신은 가르쳐주었다,
가난한 이의 감자와 사과의 보이지 않는 무게를 그리는
그런 사람이 되라고.
곤충의 오랜 역사와 자본의 시간
우리는 강철 나무 속을 갉아 스펀지동굴로 만드는 곤충의 종족이다.
어제 달에서 방금 떨어진 예언을 나는 만져보았다
먼 우주에서 떨어진 꿈에는 언제나 무수한 구멍이 뚫려 있지.
어둠 속에서는 어떤 보폭으로
야광오렌지 알갱이를 터뜨려야 하는지?
어떻게 기계와 자유가 라일락과 장미향기 결합하는지?
우리가 인간이라는 창문을 열고 그토록 높은 데서 뛰어내릴 용기를 가질 수 있는지?
대답의 끝없는 사막에
낯선 물음, 빛나는 피의 분수가 쉴 새 없이 솟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물론 모든 걸 그리는 건
내 마음 가득한 지하수, 어쩌면 푸르고도 고요했던 강물이겠지만
너는 무심코 던져진 돌멩이,
강가에 이르도록 퍼지는 물음의 무한한 동심원을 만드는
너는 내 손에 쥐어질 얼마나 날카로운 칼인가!
높은 기념비, 예술가들, 철학자들, 위대한 정치가들보다도
나의 곁에서
어리석은 모세, 붉은 바다를 가르는 지팡이
확신의 갑옷을 두른 모든 시대의 병사들을
전부 익사시키는.
그것을 믿자, 강철부스러기들이
우리를 황급히 쫓아오며 시간의 거대한 허공 속에서 흩어진다,
죽음과 삶의 자장 사이에서.
그것을 믿자, 숱한 의심의 순간에도
내가 나의 곁에 선 너의 존재를 유일하게 확신하듯
친구, 이것이 나의 선물
새로 발명된 데카르트 철학의 제1 원리다.
, 우리는 매일매일
흰 셔츠 윗주머니에
버찌를 가득 넣고
우리는 매일 넘어졌지
높이 던진 푸른 토마토
오후 다섯 시의 공중에서 붉게 익어
흘러내린다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
열쇠 잃은 흑단상자 속 어둠을 흔든다
우리의 사계절
시큼하게 잘린 네 조각 오렌지
터지는 향기의 파이프 길게 빨며 우리는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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