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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일요일의 고독-4

꽃봉오리가 맺힌 곳이 고요하다

하늘 밖은 둥글고 흙 속은 웅성댄다

수백 개의 창들이 미끄러져 내리고 있다

내부는 창만 바꾸고 있다

차 한 대가 그늘로 들어온다

그늘은 시간을 직선으로 자른다

밀려드는 햇빛에 허공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딸각 문 여는 소리가 났다

놀이공원의 대관람차가 멈추어선다

무용수의 세워진 발 끝

길 너머에 붉은 해가 투명하게 잠기는 바다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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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은 3년 만에 미당문학상 본심 후보에 올랐다. “그 동안 슬픈 마음으로 결핍된 것을 향했다면, 이제는 어떤 상황과 사물을 온전히 바라보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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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씨는 “이 시를 쓸 무렵에 경계라는 것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자신이 세계에 경계를 그어놓고,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서다. 무생물과 생물, 슬픔과 기쁨이라는 감정…. 처음에는 경계로 인해 어긋나는 것만 보였다. 하지만 “나중에는 경계에 스미는 걸 보게 됐다”고 했다. 경계로 인해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미고, 만나고, 닿는 것에 대한 사유가 시에 그대로 녹아든 이유다.

 두 세계가 경계를 두고 맞닿아있는 건 불편한 일이다. 시인의 말에 따르면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다. 그래서 경계도 세계도 지워보려고 했지만 다 사라져도 최소한의 것은 남는 것 같았다. 그는 “최소한의 그것은 고독, 명상의 힘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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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5966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