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빌렸던 입술, 내가 빌렸던 꽃잎,
내가 빌렸던 손,
내가 빌렸던 여자
한데 쏟아 넣고 보글보글 끓이면 농심라면이다
퉁퉁 불어터진 면발과
식은 국물로
허기를 채우던 밤은 이제 가라
빼곡한 세상의 진열대
복제된 사랑 안에서 오늘 누가 울고 있나
추억도 나날이 소비되는 것
신제품에 밀려 구석진 곳에서 먼지를 쓰고 있는
저 느렸던 날들의 행복에 대해선
이제 말하지 말자
나는 나를 믿을 수 없다
굳기름 둥둥 떠다니는 치사한 연애는
이제 내다버려라
쇼핑백 속 훌쩍거리는 비애 덩어리들
지상이 화면을 빠져 나가면
대량 생산된 사랑 코카콜라처럼 마셨던
여름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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