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허물을 벗는, 점액질의 시간을 빠져나오는, 서서히 몸 하나를 버리고, 몸 하나를 얻는, 살갗이 찢어지고 벗겨지는 순간, 그 날개에 번갯불의 섬광이 새겨지고, 개망초의 꽃무늬가 내려앉고, 생살 긁히듯 뜯기듯, 끈끈하고 미끄럽게, 몸이 몸을 뚫고 나와, 몸 하나를 지우고 몸 하나를 살려내는, 발소리도 죽이고 숨소리도 죽이는, 여기에 고요히 내 숨결을 얹어 보는, 난생처음 두 눈 뜨고, 진흙을 빠져나오는 진흙처럼
'po'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형도, 위험한 가계-1969 (0) | 2013.03.29 |
---|---|
아담 자가예프스키,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0) | 2013.03.02 |
아담 자가예프스키, 천천히 말해도 돼 (0) | 2013.03.02 |
심보선, 나라는 말 (0) | 2013.02.08 |
최승자, 길이 없어 (0) | 2013.01.20 |
프레베르, 엘리칸테 (0) | 2012.12.22 |
최정례, 붉은밭 (0) | 2012.12.14 |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0) | 2012.12.02 |
기형도, 도시의 눈 - 겨울 판화(版畵) 2 (0) | 2012.09.28 |
심보선, 도시적 고독에 관한 가설 (0) | 2012.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