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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오카 도쿠진

"표면적인것, 박스 디자인을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어떠한 체험을 하게 할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http://www.tokujin.com/en/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요시오카 도쿠진의 첫 한국 전시회인 ‘스펙트럼’ 전이 청담동 뮤지엄닷 비욘드 뮤지엄에서 6월 30일까지 열린다. 세계 최초로 공개된 레인보우 처치(Rainbow Church), 빨대만으로 한 공간이 몽환적인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토네이도(Tornado) 등 전시회 모든 공간이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느껴진다. 거장의 작품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취재|조동희, 자료제공|뮤지엄닷 비욘드 뮤지엄(www.beyondmuseum.com)



요시오카 도쿠진의 전시회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바로 보이는 장면은 전시회의 이름과 같은 거대한 ‘스펙트럼’. 수백 개의 크리스털 기둥 너머로 보이는 빛의 향연은 보는 이로 하여금 빛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 설치물은 한국전을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레인보우 처치라는 작품으로, 20대 초반 프랑스를 니스를 여행하던 중 앙리 마티스가 설계한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레인보우 처치에서 눈을 떼고 나면 전시회장을 휘감듯이 감싸고 있는 하얀색 구름뭉치 같은 것을 볼 수 가 있다. 자세히 보니 이 뭉치는 얇은 빨대들이 모여 거대한 형체를 이룬 것이다. 2009년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처음 선보이며 호평을 받은 이 거대한 설치물의 이름은 토네이도(Tornado). 무려 150만개의 하얀 빨대만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신기하게도 빨대로만 만들어졌을 뿐인데 주위를 희뿌옇게 만들며 말 그대로 '환상적'으로 만든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토네이도는 한국의 디자인과 학생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모두들 좋은 경험이라며 즐거워했다는 후문이다.



디자이너 요시오카 도쿠진은 1967년 일본 사가현 출신으로, 6살 때부터 디자이너를 꿈꾸며
자연스럽게 디자인과가 있는 고등학교, 디자인 전문학교에 차례대로 진학한다. 그 후 20세 때부터 디자인계에서의 커리어를 시작,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미야케 이세이(三宅一生)의 밑에서 13년간 함께 일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가 미야케 이세이의 패션쇼를 위해 만든 파격적인 소품들은 아직도 종종 회자되곤 한다. "미야케 이세이 선생님 밑에서 일할 때에는 주로 파리 콜렉션의 액세서리와 전시회의 공간 구성, 그리고 매장의 디스플레이 등을 담당하였습니다. 그 분과 함께 일하며 ‘디자인은 자유롭다’라는 걸 배웠습니다. 또 패브릭에 대해서도 많은 걸 공부할 수 있었죠. 이 덕분에 저의 작품 폭이 넓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후 2000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딴 '도쿠진 요시오카 디자인' 사무소를 열며 독립해, 닛산, 도요타, 스와로브스키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함께 작업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반열에 올라선다. 설치 작품을 디자인 할 때에는 같은 작품이라도 공간의 크기나 구조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설치 작업의 특성에 맞게, 공간에 따라 유기적으로 재구성 될 수 있는 구조로 디자인을 한다고 한다. 이에 맞추어 작품의 크기나 사용되는 재료 등을 최적의 조건에 맞게 산출, 이를 반복하는 정교한 과정을 통해 그의 전시회는 작품들에 어울리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 “우선은 작업들이 설치될 전시장의 도면과 사진을 보며 인스톨레이션의 구조를 생각 합니다. 그 후 전시장을 실제로 방문한 뒤 ‘도면을 보며 구상한 계획 그대로 가도 좋을까?’하고 검증에 들어가죠. 실제 공간을 본 뒤 계획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공간의 크기와 전시되는 그 밖의 작품의 조화를 생각하며, 관람객들에게서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설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이에 가장 적합한 개수, 종이의 매수 등을 계산하여 산출해 냅니다. 반복되는 실험과 검증, 그리고 정밀한 계산, 여기에 자연의 원리가 더해지면서 공간이 탄생되죠.”



요시오카 도쿠진은 흔한 종이부터 섬유, 크리스털, 미네랄 결정, 흔히 접하기 힘든 강화 유리까지 다양한 재료를 작업에 이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항상 다양한 소재를 구비해 놓고 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소재를 따로 찾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의뢰받았을 때 그 프로젝트에 가장 어울리는 소재를 이미 구비해놓은 것들 안에서 빼내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티슈의 경우는 소재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하여, 유리와 아크릴 등의 투명한 소재는 빛 그 자체를 표현하기 위하여-라는 식으로 소재의 사용법은 프로젝트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렇게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그의 주요 작품들 중 하나가 바로 빵처럼 섬유를 구워 만들었다하여 이름 붙여진 파네 의자(Pane chair), 폴리에스테르 섬유에 미네랄 결정이 맺히며 ‘자라는’ 의자 비너스(Venus) 등의 의자 시리즈다. 특히 칵테일에 꽂혀서 나오는 장식물 등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허니컴 구조의 종이를 이용한 허니팝(Honey-pop)은 요시오카 도쿠진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흔하다면 흔할 수도 있는 재료로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우면서도 견고한 의자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의자는 세계 공통의 디자인 아이콘입니다. 예로부터 역사에 이름을 남긴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의자를 디자인해 왔죠. 그렇기에 제 자신이 처음으로 디자인하는 의자는 ‘지금까지의 의자 역사에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은 ‘작은 크기의 것이 큰 형태로 변하는, 원래의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형태로 변형되는 의자’였습니다. 여기에서 자연속의 벌집 구조를 가진 의자라는 아이디어로 발전하게 되었죠. 겨우 1cm의 두께에 들어있는 120장의 얇은 종이가 펼쳐지면서 허니컴 구조를 이루는데, 이는 사람의 몸도 지탱할 수 있는 견고한 의자랍니다."



소재의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이에 따라 작품의 컬러도 흰색 또는 투명한 것이 대부분이다)에 대해 “자연을 추구하는 자신의 기호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저는 기본적으로 투명한 것들을 좋아합니다. 디자인을 통해 단순히 형태만이 아닌, ‘감동을 만들어 내고 싶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빛과 향기, 바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요소들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이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표현하기 위해 ‘형태’라는 것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재료의 특징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도록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연은 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그 아름다움은 우리를 끊임없이 매료시키죠. 자연은 어떤 조형에도 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으로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이것만은 잊지 말아주었으면’이라는 코멘트를 부탁했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언뜻 보면 세상에는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가치관이 넘치고 있고, 정보화 사회 안에서는 좋은 면들만 잘려져서 부각되어 보이지만, 긴 관점에서 보면 미래에도 많은 다양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입니다. 그 점을 잊지 말고 계속 전진하세요. 저 역시도 이를 잊지 않고 항상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디자인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탄생하는 것이다.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작품이 이야기를 전달해야하는 것이다. 작품이 이야기를 하면 그 의미는 자연히 통하게 된다. 디자인은 자유로운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오지 못할 것이 없다. 작은 생각은 무의미하다. 무엇이 궁극인지 알 수 없고, 애초에 궁극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는 디자인이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느끼는 것, 그렇기에 즐겁다.” - 요시오카 도쿠진의 <디자인 철학> 중에서-









 

 

어떤 예술 혹은 창작 작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디자인에 있어서도 남다른 개성은 중요하다. 뛰어난 개성은 디자이너 개인의 영광을 넘어서 기업이나 국가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되기도 한다. 세계 디자인계가 이미 오래 전부터 훌륭한 디자인의 덕목으로 디자이너의 개성을 맨 앞줄에 놓고 있음은 그래서일 것이다. 모든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지만, 특히나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내놓는 디자인은 확연히 구별되는 느낌이다. 마치 디자이너의 얼굴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어떤 것은 화려하고, 어떤 것은 엄숙하고, 어떤 것은 산뜻하다. 그리고 요시오카 토쿠진(吉岡徳仁)의 디자인은 요새 유행하는 말을 빌려 요약하자면 ‘에지(edge)’가 있다.

 

 

주로 패션을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에지있다’는 표현을 디자이너인 그에게 쓰는 일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이 산업 디자이너가 1988년부터 23년간, 이세이 미야케 밑에서 온갖 창조적인 일들을 하면서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세이 미야케가 누구던가. 예술품에 가까운 옷을 만들어내기로 유명한, 가장 창조적인 패션 디자이너 중 한명이 아니던가. 이세이 미야케 특유의 패션쇼 디스플레이나 쇼에 등장했던 쇼킹한 소품들이 대부분 요시오카 토쿠진의 손을 거쳤고, 이런 과정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에도 자연스럽게 이세이 미야케의 영향이 배어나게 되었다. 이세이 미야케 시절에 그가 보여 주었던 디자인들은 대부분 설치미술을 방불케 하는 것으로, 예술과 디자인을 분리시켜 생각하려는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들 만큼 아이디어와 철학으로 가득차있었다.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면서 요시오카 토쿠진은 이세이 미야케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하게 된다. 물론 이세이 미야케와의 작업도 계속했지만,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것은 토요타나 닛산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의 다양한 디스플레이 작업을 하면서부터다.

 

  • 01 설치미술을 방불케하는 이세이 미야케의 패션쇼 디스플레이들  02 닛산과 함께 작업한 그의 감각적인 디자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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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디스플레이 디자인들은 모두 신비로운 시각 효과와 창조적인 시도들로 풍부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디스플레이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는 한편, 그는 다양한 가구들로 자신의 감각이 패션이나 순수 미술적 세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2001년도에 발표한 ‘허니 팝(Honey-pop)’ 의자와 2002년에 선보인 ‘도쿄 팝(Tokyo-pop)’ 의자가 바로 그 예이다.

     

    동양의 전통적 종이구조를 응용한 '허니팝(Honev-pop)'의자

     

     

    허니 팝’ 의자는 독특하면서도 낯익은 디자인이다. 접으면 납작한 평면이 되고, 좌우로 늘리면 입체가 되는 이 벌집구조는 중국이나 우리나라,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자주 활용되어온 것이다. 싸구려 장식 소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던 이런 구조를 요시오카 토쿠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의자에 실현하여 지금까지 보아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의자를 내놓은 것이다. 특수한 종이소재와 벌집구조가 가지는 견고함으로 인해 이 의자는 체중을 너끈히 버틸 수 있음과 동시에 내구성까지 좋아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의자라면 단단하고 딱딱한 소재로만 만들 수 있다는 통념이, 이 종잇장처럼 가볍고 다루기 좋은 소재로 인해 보기 좋게 전복된 것이다. 소재를 다루는 기술의 은덕으로 보아도 좋을 의자이지만, 여기에서 눈여겨볼 것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전통과 배경을 활용하는 태도. 이것은 그를 비롯한 수많은 일본 디자이너들의 특징으로 현대적인 재료나 삶, 작업을 다룸에 있어 서양 디자이너들에게선 찾기 힘든 색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또 그것은 결과적으로 이들로 하여금 다른 나라의 디자인과 차별화되는 일본적인 개성을 만들어내게 하였다.

     

    ‘미디어 스킨(Media Skin)’이라는 휴대폰 디자인은 요시오카 토쿠진이 일본의 산업 디자이너임을 확인시켜줌과 동시에 현실적이며, 기능적인 디자인에도 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하게 다듬어진 외형은 인테리어나 디스플레이, 가구 디자인 등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스타일과는 좀 달라 보인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엄격하게 통제되어있는 형태 위로 날카로운 긴장감과, 디자인의 표면을 뜨겁게 달구는 붉은 빛이 이 디자인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적 조형감이 잘 표현된 핸드폰 'Media Skin'

     

    2007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의 모로소(Moroso)관 디스플레이는 물질적 단순함을 넘어서 정신적인 단순함의 경지에 이른 요시오카 토쿠진의 출중한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멀리서 보면 환상적인 이미지에 무언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투명한 빨대들 뿐이다. 어떤 첨단재료나 기술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디스플레이 디자인은 정신적으로 대단히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널려있는 이 수만 개의 빨대들을 통해 흡사 망망대해에서나 느낄 수 있는 그런 무한함, 절대적 숭고함에 직면하게 된다. 이 광경은 숭고함, 무한함을 기호(symbol)화하지 않고 그대로 코앞에 가져다 준다. 설치미술의 혐의를 아무도 제기하지 않는 것은 이런 생생한 감동 때문이다. 그의 디자인이 이렇게 겉모습의 남다름에서 멈추지 않고 감동으로 마무리 된다는 사실은 디자인에서도 완성도나 정신적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비록 표피적인 느낌만을 칭하는 표현이긴 하지만 요시오카 토쿠진 같은 일본 디자이너들에겐 ‘에지’라는 말이 맞춤옷처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일본의 디자이너들은 대체로 무언가 윤곽이 딱 떨어지는, 각이 잡혀 보이는 디자인을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요시오카 토쿠진은 다양한 재료에 대한 실험이나 사물을 보는 파격적인 관점을 통해 모양보다는 정신적인 각(edge)를 잘 표현해온 디자이너라고 이해해도 좋겠다.


    2007밀라노 가구 박람회 모로소관의 디자인

     

     

     

    <매일의 디자인>은 한국디자인문화재단과 함께합니다.

     최경원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공업디자이너이자 글과 그림으로 디자인에 관한 책을 펴내고 있는 작가이다. 저서로는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Good design], [붉은색의 베르사체, 회색의 알마니], [르코르뷔지에 vs 안도 타다오]등이 있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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