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한스 하케의 `Wide White Flow’<사진>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다.
낙하산 소재인 실크천을 바닥에 깔고 뒤편에서 4개의 환풍기가 바람을 불어 넣어 페브릭이 펄럭이게 했는데 단순한 장치로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작가의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어떤 평론가는 이 작품을 두고 “현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들이나 시스템들은 변화를 거듭하면서도 그 도도한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는 의미”라 했다. 그러나 정작 작가는 “그냥 눈에 보이는 데로 그 느낌을 즐기라”고 한다.
한스 하케는 정치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들을 담아내는 작가다. 1970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전시되었던 `여론조사 MOMA Poll’의 경우, 전시장 입구에 작품을 설치해놓고 관람객들에게 작가가 작성한 질문에 대해 `예, 아니오’로 답하게 했다. 미술관 회원별로 각기 다른 용지를 주었는데, 베트남전쟁에 대한 당시 록펠러 주지사의 결정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겉보기엔 단순히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질문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MOMA라는 거대한 제도권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록펠러는 MOMA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도 볼 수 있는 `미션 어컴플리쉬드’와 `트리클 업’ 등의 작품도 사뭇 정치적이다. 두 작품은 다른 전시에서도 항상 함께 배치돼왔다. 부시가 이라크 침공 일주일 후 대국민 특별회견을 하는데, 첫 일성이 “Mission Accomplished!(목표달성)”였다 한다. 당시 휘날렸던 성조기를 의미하는 액자 속 깃발을 반으로 찢음으로써 이라크 침공 이후 나뉜 미국의 민심, 그리고 전 세계인들의 대 미국시각이 분리됐음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트리클 업(Trickle Up)은 `서민층은 각종 부담만 지고 질적 이득은 상류층이 독식한다’는 경제용어 `트리클 다운(누수효과)’의 역현상이다.트리클 다운은 1980년대 레이건정부 시절 등장했는데, 경제를 활성화한다며 각종 규제완화와 세금인하 정책이 추진되자 `가진 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여론이 일었다. 이에 대해 정책입안자들이 반론하기를 “구멍 뚫린 양동이에 물을 담아주면 결국은 그 물이 아래로 흘러내려 대지를 적신다”였다. 가진 자나 기업에게 혜택을 주면 일자리와 소비가 늘어 결국 서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레이건 정부 당시 부통령은 아버지 부시였고 그는 대통령 당선 후에도 기득권과 보수의 입맛에 맞는 정책들을 폈다 하니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작품 속에 보여지는 헤어진 소파는 빈민층(빈국)을 의미하며 그 위에 놓여진 백악관십자수의 쿠션은 부유층 (부국)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또한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세금을 감면하는 이른바 `트리클 다운’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1%의 양동이엔 구멍이 절대 뚫려있지 않다는데 십 원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