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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매거진 만드는 사람들

 

여행과 음식,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그려낸 잡지 〈Cereal〉. 시리얼 매거진을 만드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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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신의 에디터 로사 박(Rosa Park)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치 스테이플턴(Rich Stapleton). 이 두 사람이 함께 창간한 시리얼 매거진은 1년에 두 번 나오는 잡지로 여행, 디자인 그리고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주제로 다룬다. 뉴욕, 런던 등 여러 도시에서 생활하며 세계 곳곳의 삶을 경험한 에디터 로사 박은 〈Cereal〉의 편집과 기획, 출판을 담당한다. 그녀와 함께 일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치 스테이플턴은 디자인에서부터 레이아웃, 사진까지 책의 모든 시각적인 컨셉트를 책임진다. 이들은 핀란드 헬싱키부터 영국 브리스틀, 프랑스 파리, 덴마크 코펜하겐, 캐나다 밴쿠버 그리고 서울까지, 다양한 도시를 다니며 마주친 모든 것을 잡지에 싣는다. 그런데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 〈Cereal〉에는 사람이 찍힌 사진은 거의 없는 대신, 자연과 도시의 모습이 아주 간결하게 담긴 이미지만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여백이 많은 사진에는 그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색감, 분위기, 여유, 심지어 그곳에서 느껴지는 세세한 감정까지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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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eal〉은 어떻게 시작했나? ROSA 나의 파트너이자 〈Cereal〉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리치와 함께 2012년 겨울, 영국에서 만들었다.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관한 이야기,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기록해보고자 구상하게 된 잡지다. 여행과 음식, 스타일, 자연에 관심이 많아서 이와 관련한 주제들을 깊게 다뤄보고 싶었다.

잡지를 만들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ROSA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에서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뉴욕의 마케팅 회사에서 5년간 일했다. 복잡한 도시에서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 모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영국으로 떠나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RICH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디자인이나 사진과는 전혀 다른 분야다. 학교에 다니면서 종종 사진을 찍으며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방향을 틀어 포토그래퍼 겸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로사를 만나 〈Cereal〉을 만들게 된 것이다.

〈Cereal〉의 컨셉트는 무엇인가?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하다. RICH 개인적으로는 나 스스로 읽고 싶어지는 책을 만든다. 잡지의 아이템을 기획하는 시즌이 되면 가장 먼저 어디로 떠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한다. 〈Cereal〉에 실린 모든 여행 칼럼은 로사와 내가 직접 찾아가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ROSA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만난 새로운 사람들은 물론 그곳의 문화, 예술, 디자인을 통해 얻은 영감으로 기사를 쓴다. 한 도시를 주제로 정하면 그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며 역사와 문화까지 깊이 이해한 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한다. 의 시각적인 컨셉트는 아주 간결하고 미니멀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특히 잡지의 전반적인 컬러의 균형을 맞추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미니멀한 시각적 효과를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 ROSA 사진 속 여백을 통해 그 공간의 분위기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물 사진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사물이나 공간이 주는 순수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싶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Cereal〉 을 읽으면서 책 속에 담긴 여행지의 정적과 여유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치 그 공간에 스스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 말이다. RICH 깔끔한 이미지가 도시나 자연의 모습을 더욱 감성적으로 담아낸다고 생각한다.

〈Cereal〉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ROSA 빈 노트를 펼쳐두고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을 차례로 적어 리스트를 만든 후, 각 단어와 연관되는 아이템을 적어나간다. 그러곤 회의를 통해 키워드를 분류해서 주제가 될 여행의 최종 목적지를 정한다.

잡지 이름을 ‘Cereal’ 이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 ROSA 어느 날 리치와 함께 농담을 나누다가 우연히 ‘시리얼’이라는 단어를 말했는데 듣는 순간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때의 좋았던 느낌을 간직하고 싶었고,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시리얼을 먹듯 일상적이고 소소한 책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다.

〈Cereal〉을 만들기 위해 다닌 곳들 가운데 어느 도시가 가장 멋졌나? ROSA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새로운 여행을 떠날 때마다 바뀌는 것 같다. 가장 최근의 기억이 마음에 많이 남기 때문이다. 나는 벨기에 앤트워프의 분위기가 좋았다. 앤트워프는 도시가 가진 아름다움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유럽의 도시 중 하나인 것 같다. 내게 늘 영감을 주는 아트 디렉터인 악셀 베르보르트(Axel Vervoordt)와 세계적인 건축가 빈센트 반 두이센(Vincent Van Duysen),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이 앤트워프 출신이기도 하다. 이들이 성장한 도시라니 너무나 근사하지 않은가? RICH 나 또한 앤트워프를 꼽는다. 그다지 기대한 도시는 아니었는데, 여행해보니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묻은 근사한 레스토랑들, 낡은 그대로 멋스러운 가게들까지. 그 어떤 도시에서든 현대의 디자인은 유행을 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앤트워프에서는 그렇지 않다. 늘 신선하고 유니크한 영감이 샘솟는 곳이다.

그렇다면 가장 추억이 많이 남은 곳은 어디인가? RICH 지난여름에 다녀온 모로코. 기획 회의를 하다가 거대한 모래언덕을 이미지에 담아 표지를 장식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로사와 나는 곧바로 사하라사막이 있는 모로코로 떠났다. 베이스캠프를 정하고 사막으로 향했는데, 도착해보니 관광객도 심지어는 현지인도 없이 우리 둘뿐이었다. 7월 한여름에 사막이라니. 사람이 없을 만도 했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더운 날씨였지만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광활한 모래언덕은 너무나도 멋졌고, 사진 작업 또한 성공적이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온전한 자연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7월에 사하라사막을 찾은 건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행을 많이 다니니 짐을 꾸릴 때 잊지 않고 챙기는 게 있을 것 같은데. ROSA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캐시미어 안대, 여행길에서 읽을 책, 노트와 펜. 아, 플레이 리스트에 새로운 음악을 추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RICH 필름카메라, 작은 주머니칼, 그리고 여분의 빈 배낭 하나를 더 챙긴다.

계획 중인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가? RICH 남극대륙,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ROSA 베트남의 시골길, 스리랑카의 차밭, 마다가스카르, 칠레. 이탈리아의 한쪽 끝에서 반대편까지 횡단하며 여행해보고 싶기도 하다.

〈Cereal〉매거진에는 근사한 분위기의 장소들이 많이 실렸는데, 이 책을 만든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공간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ROSA 나는 현재 런던 근교의 작은 도시인 배스(Bath)에서 지낸다. 우리 집은 흰색과 회색 같은 무채색이 주를 이룬다. 가구 배치에도 신경을 많이 쓴 편이다. 가구 브랜드는 프릿츠 한센(Fritz Hansen)과 칼 한센앤선(Carl Hansen&Son), 비트소(Vitsoe), 그리고 오커(Ochre)를 좋아한다.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가? RICH 고요하고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훌륭한 디자인과 좋은 음식에 둘러싸인 삶. 가끔은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늘 새로운 것을 꿈꾸며 살고 싶다. ROSA 차분한 일상을 만들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런던에 사는 대신 근교의 작은 도시에 살기를 선택했고, 그 덕분에 혼자 조용히 앉아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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