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영화를 보다가 여주인공의 하늘하늘한 실루엣에 감탄하고, 1960년대 사진 속 모델의 각진 실루엣이 여전히 멋져 보이는 건, 오래된 그 실루엣이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컬러나 디자인의 유행이 돌고 도는 것처럼 실루엣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의 세월이 무색하게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만 같던 오래전 실루엣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좌측) 1910’s pegged top
1910년대를 대표하는 폴 푸아레는 여성을 코르셋에서 해방시켜준 디자이너다. 그는 코르셋으로 허리를 졸라매 인위적으로 만든 S 실루엣 대신 좀 더 자연스럽고 독특한 실루엣을 창조했다. 위가 볼록하고 아래가 좁은 호블 스커트, 상의가 엉덩이 위로 물결치는 미라네, 터키풍의 하렘 팬츠 등은 동양적인 느낌이 강한 그의 대표작.
폴 푸아레의 1910년대 실루엣은 힙 부분에 볼륨을 주어 풍성하게 연출하고 발목 부분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우측) 1920’s low waist
거리에 재즈 음악이 가득한 1920년대에는 웨이스트 라인이 엉덩이 즈음까지 내려온 루스하고, 직선적인 실루엣의 플래퍼 스타일이 유행했다. 영화 <커튼 클럽>에서 루스한 H라인 드레스를 입고 재즈 음악에 맞춰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치맛단을 찰랑거리며 춤추던 다이안 레인의 보이시한 모습이 바로 플래퍼 스타일이다. 대표적인 디자이너는 코코 샤넬.
이 시대의 실루엣은 웨이스트 라인이 엉덩이까지 내려온 H라인이다. 1920년대 플래퍼 스타일을 대표하는 코코 샤넬의 모습.
(좌측) 1930’s long and slim
1930년대에는 1920년대의 직선적이고, 보이시한 실루엣이 좀 더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실루엣으로 변했다. 이전의 낮은 허리선은 제자리를 찾아 돌아왔고, 스커트 길이는 좀 더 길어져서 종아리까지 내려왔으며, 전체적으로 몸에 꼭 맞는 ‘롱앤슬림’ 실루엣이 등장했다. 스커트에는 바이어스 컷을 사용해 플레어가 있는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완성했다.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1930년대 실루엣. 웨이스트 라인은 올라가고, 스커트 길이는 길어져서 전체적인 실루엣이 가늘고 길어졌다.
(우측) 1940’s boxy and slacks
전 세계적으로 캐주얼 웨어가 확산되고 대부분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여성 실루엣에도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여성도 본격적으로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기 때문이다. 또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밀리터리 룩이 유행했는데, 이와 함께 어깨가 각지고, 박시한 스타일의 재킷이 유행했다.
(왼쪽) 이브 생 로랑이 선보인 밀리터리 재킷. 각진 어깨와 박시한 실루엣이 모던하다.
(오른쪽) 루스한 스트레이트 팬츠와 플랫 슈즈로 캐주얼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좌측) 1950’s s curve
1947년 크리스찬 디올이 발표한
‘뉴 룩(new look)’의 실루엣이 1950년대 전체를 지배했다. 사라진 코르셋이 다시 등장해 허리는 급격하게 잘록해지고, 여러 겹의 페티코트 위에 스커트를 입어 스커트의 실루엣은 넓고 풍성해졌다. 게다가 뾰족하고 높은 하이힐까지 등장해 전체적으로 섹시한 S 커브 실루엣이 완성되었다.
크리스찬 디올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한 뉴 룩. 그는 그래머러스한 실루엣을 위해 코르셋과 페티코트를 다시 등장시켰다.
(우측) 1960’s hard and mini
1960년대 실루엣은 앤디 워홀의 뮤즈인 에디 세즈윅과 모델 트위기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가냘프고 직선적인 심플한 실루엣과 함께 스커트 길이는 무릎 위로 올라갔다. 그 길이는 점점 짧아져서 1960년대 중반에는 18인치(약 45cm)까지 이르렀다. 또 이브 생 로랑은 턱시도 수트 ‘르 스모킹’을 발표해 마치 남자 것 같은 각진 실루엣을 선보여 화재가 되었다.
(왼쪽) 이브 생 로랑이 발표한 르 스모킹(Le Smoking) 룩. (오른쪽) 영화 <팩토리걸>에서 에디 세즈윅의 모즈 룩을 재현한 시에나 밀러.
(좌측) 1970’s bell bottom
이 시기의 실루엣을 결정하는 것은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나 시트콤 <the show="" style="margin: 0px; padding: 0px;">에서 볼 수 있는 벨보텀 팬츠다. 그것도 다리 두 쪽이 한번에 들어갈 만큼 바짓부리가 넓은 빅 사이즈의 디자인. 1970년대에는 남자든 여자든 할 것 없이 모두 벨보텀 팬츠를 입었고, 바짓부리를 펄럭이며 디스코를 추었다.
바짓부리가 허리 사이즈보다 큰 와이드한 벨보텀 팬츠를 어깨가 각진 테일러드 재킷과 매치하는 게 1970년대의 시그너처 실루엣이었다.</the>
(우측) 1980’s inverted triangle
코미디 프로그램에 종종 등장하는 턱까지 솟은 넓은 어깨가 1980년대 대표적인 실루엣이다. 촌스러움의 대명사인 역삼각형의 실루엣. 두꺼운 패드를 넣어 어깨를 두 배로 보이게 한 볼륨 있는 상의와는 대조적으로, 하의는 슬림한 스커트나 레깅스 등으로 스키니하게 연출했다. 허리에는 주름을 잡고 밑단은 꼭 맞게 만든 디스코 바지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
어깨는 패드를 넣어 한껏 부풀리고, 허리는 벨트로 잘록하게 졸라매고, 발목으로 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디스코 바지를 입은 마돈나.
(좌측) 1990’s minimal
지난 20세기에 등장한 거의 모든 실루엣의 특징을 모두 다시 볼 수 있는 시기. 수많은 실루엣이 다양한 조합을 시도했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보디라인을 따라 군더더기 없이 흐르는 미니멀한 실루엣이다. 1920년대와 60년대 스타일을 뒤섞은 다음 잘 정리 한 것 같은 프라다나 질 샌더의 모던한 실루엣은 요란하지 않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렇다 할 디테일이나 기교 없이 모던하고 심플한 실루엣을 연출한 질 샌더의 컬렉션. 기본에 충실한 패턴으로 실루엣의 절제미를 보여주었다.
(우측) 2000’s loose and skinny
수많은 실루엣이 공존하는 가운데, 루스한 상의와 타이트한 하의는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패션의 흐름이다. 디올 옴므가 스키니 팬츠를 선보인 이후 1980년대 것 같은 실루엣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앤 드뮐미스터, 마틴 마르지엘라 등 앤트워프의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은 뭐라 규정하기 어려운 독특한 실루엣을 창조했다. 또 1910년대 유행한 폴 푸아레의 실루엣도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자벨 마랑의 컬렉션에서 만난 모델들. 루스한 상의와 스키니한 하의의 밸런스가 실루엣의 포인트다. 1910년대 폴 푸아레의 실루엣을 연상시키는 배기팬츠도 등장했다.
- 에디터 : 이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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