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좀 써보려고 했는데
생계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더군.
내가 쓰는 거라곤 대개는
섹스 잡지 따위에나 실릴
그런 쓰레기들만
끼적대는 정도였어.
에디는 좀 그려 보려고 했는데
그런데 그도 별볼일은 없었지.
하지만 그는 나보다는 나은 게 있었는데
커다란 집에서
끝내 주게 예쁜데다가
그를 먹여 살리기까지 하는
애인과 함께 살았기 때문이지.
에디와 나는
항상 함께 술을 퍼마셨어.
우리는 일도 만만치 않게
많이 했지만
술 마시는 것만큼은
정말 확실하게 했거든.
그는 자기 그림을
집 지하실에 모아 두었어.
수백 개의 그림이 거기
겹겹이 쌓인 채
서로 달라붙어 있었지.
그는 언제나
노란색 물감만을 사용했고 거기다가
검은 잉크를 넣어 휘저었지.
노란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고 그래서
나는 그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어.
하루 종일 나는
그의 집에서 술을 마셨고
밤이 되면 나는
우리 집으로 돌아와
그리고 계속해서 마셨어.
그리고 썼지.
그 시절은
영감이 넘치던 시기.
비록 우리가
그걸 가지고 뭔가 이루지는 못했고
게다가 정신병원으로 실려 가기 일보 직전에다가
인생 막다른 골목에서도
그다지 멀지 않았으나
우리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함께
술을 마셔댔고
그러고 나서는 그들과 주먹다짐을 했고
고함치며 돌아다녔지.
햇볕이 쨍쨍 내리쬐거나
아니면 자정이거나
그까짓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
우리는 터질 것 같았으니까.
에디는 그림 그릴 때
음악 듣기를 좋아했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는데
글 쓸 때는
나도 그랬으니까.
“네가 쓴 그 제기랄 놈의 시 몇 개 좀
읽어 주라…‥.“
나는 읽고 그는
캔버스 위에서
붓을 사납게 휘둘렀지.
검은 선 몇 개 그어진, 오직 노란색으로만,
그리고 그의 끝내 주게 예쁜 애인이
그걸 보고 있었고.
아마도 두 달이나
아니면 석 달쯤 되었을 거야.
그렇게 같이 빈둥댄 지가.
어느 날 나는
그의 집으로 갔는데
에디 대신에
그의 애인이
문을 열었어.
“에디는 갔어.” 그녀가 말하더군.
“내가 쫓아내 버렸어.”
“그가 자기 그림은 가지고 갔어?”
“아니 내가 그것들을
모두 다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는걸.“
그녀가 더 이상
끝내 주게 예쁘게 보이지 않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
“아니. 어디로 갔거나 말거나
개뿔이나 상관 있을 게 뭐야.“
그녀는 문을 닫아 버렸지.
에디는 그 후로
한 번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어.
가끔 나는
그를 생각해.
어느 날 밤 나는
술을 잔뜩 퍼마시고
그 집으로 가서
에디의 옛날 애인을 한번 꼬셔 보려고
집적거려 봤지.
나는 성공하지 못했어.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 뭐.
나는 계속해서 글을 써야 했어.
나는 오십 세였어.
직업도 없었고.
심지어 나는 그림을 그려 보려고 한 적도 있었어.
하지만
에디가 한 것과는
비슷하게도 되지 않더군.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썼어.
쓰레기 같은 이야기들을.
그후 에디를
다시는 만나지 못했어.
얼마 지난 뒤에는
그는 내 기억에서
그냥 사라져 버렸지.
그것이 오늘 밤으로
십 년이 된다.
에디, 난 다른 사람들을
돌봐 줄 여유는 없어.
하지만 너라면
한 번쯤 찾아와도
좋았을 텐데.
소파에서 재워 줄 수도 있었고
그냥 바닥에서 자도 좋았잖아.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기는 하지만.
그러나 노란색은
나의 가장 사랑하는 색.
단지 네가
이 시를
어디에선가 읽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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