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다.
언젠가 사람들이 자연의 싞으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양식과 경험들을 모두 다 소진하고, 마침내 이것들을 관심 밖으로 몰아냈을 때 그들은 하나 둘씩 이비밀스런 문 너머의 세계속으로 자신들을 감추었다. 내가 이들을 알아볼 수 있게 된 일 또한 참 우연스럽다. 밤과 낮이 마주하는 순간은 하루에 두번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 변화의 시간안에선 거대한 우주의 영역도 그리고 먼지처럼 작은 나의 존재도 무의미하다. 미끌어지듯 나를 놓아버릴 수 있었던 그 한번의 일은 사실, 거짓에 가까운 착각에서 비롯되었다. 몽환적인 그림속을 걷고 있었던 어느날 해는 지지않고 달은 희미하지 않았다. 별은 호숫가에 맺혀있었고 집들은 불을 밝히지도 않은 채 어둠에서 빛난다. 가끔 마주하는 이 경험은 왠지 사실같지가 않다.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그래서 사진으로 담아내기에 무척 어려운 곳이다. 보지않고 생각을 멈출 때야 비로소 더 많이 볼 수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훨씬 어렸던 그때가 차라리 더 나았을지 모른다. 알수 없는 무엇을 보기 시작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알 수 없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지난한 여행을 이제서야 하고 있는 것이다.
http://www.neolook.com/archives/20111106j < 큐레이터 고원석의 아주 자세한 해설이 있다. '예술의 미덕은 눈에 보이는 것을 확인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논리를 초월한 비논리의 세계, 시각을 초월한 비가시의 세계, 관념을 초월환 무의식의 세계를 열어주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길을 찾아주기보다 심연의 미로 속으로 밀어 넣어 길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그 지난한 배회의 과정을 지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세계와 조우할 수 있음을 박형근의 사진들은 암시하고 있다.'고 한다.
박형근 작가
"사진 속 공간과 장소들은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곳임에 분명하지만 실제로는 나의 내면 속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박형근의 주요 촬영 소재는 우거진 숲, 인적 드문 야산과 들판, 버려진 공간, 모퉁이 등이다. 작가는 단순한 자연 풍경에 자신의 주관을 의도적으로 개입하여 신비스럽고 비현실적인 느낌의 풍경을 담아낸다. 이렇듯 풍부한 색감과 감성이 느껴지는 풍경 이미지들은 작가만의 독특한 사진세계를 구축한다.
Untitled _9 A Reflection
2003, C Print, 100x125cm
Untitled _1 Red Hole
2004, C Type Print, 75x100cm
Untitled _2 Green Pond
2004, C Print, 100x125cm
Untitled 6 A PaperHorse
2004, Light-Jet C Type Print, 100x125cm
Untitled _14 In the Shallow Surface
2004, C Print, 100X125cm
▷ 2003-2004년 사이에 제작된 '무제' 시리즈는 공원이나 연못같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자연에 약간의 채색을 가미하여, 심미적인 풍경으로 만든 작품이다.
Untitled, Layers-1
2005, C Print, 120x150cm
Untitled, Layers-3
2007, C Print, 120x150cm
Untitled, Llayers-5
2005, C Print, 120x150cm
▷ 'Layers' 시리즈는 2003년부터 작가가 영국 남부의 Eastbourne(이스트본)과 동부의 Norfolk(노폭) 해안 지대의 절벽과 해안선을 소재로 촬영한 작품이다. 사진 속 흰 절벽과 초록의 이끼처럼 보이는 것들은 사실은 퇴적된 플랑크톤과 화석의 잔재이다.
Tenseless-47, No where
2007, C print, 103x130cm
Tenseless-54, Awaken
2007, C print, 103x130cm
Tenseless-51,A silhouette
2007, C print, 103x130cm
Tenseless-53, A peacock
2007, C print, 103x130cm
Tenseless-57, Frozen clouds
2008, C print, 103x130cm
Tenseless-56, Winter flowers
2008, C print, 103x130cm
Tenseless-59, Black birds
2008, C print, 103x130cm
Tenseless-61, The third moon
2007, C print, 103x130cm
▷ 2004-2008년 사이에 제작된 'Tenseless' 시리즈는 버려진 공간, 폐허같은 장소에 자연적, 인공적 소품을 늘여놓는다. 난데없고 공통분모가 없는 소품과 배경들은 의도치 않게 새로운 장면으로 연출된다.
A voyage-1, Full moon
2007, C print, 103x130cm
A voyage-2, Fire works
2007, C print, 103x130cm
A voyage-3, Listen
2007, C print, 103x130cm
A voyage-5, Daytime moon
2008, C print, 103x130cm
A voyage-6, A mobile
2008, C print, 103x130cm
A voyage-7, Summer snow
2007, C print, 103x130cm
▷ 2007-2008년에 제작된 'A voyage' 시리즈는 풀밭과 눈, 달이 모순없이 공존하는 진기한 풍경이다. 자연 속에 배치된 소품들의 극적인 병치가 특징적이다.
Forbidden forest _2
2010, C print, 150x190cm
Forbidden Forest-8
2011, C Print, 150x19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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