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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근

자신이 비롯된 때와 곳으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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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johagnes/1891936
무제, 텐슬리스, 항해(2003-2009)
박형근

길을   잃었다. 
언제나처럼 머릿속을 가득 메운 오염물질들을 털어내기 위해선 그 곳에 가야만 했다.   분주한 도심을 벗어나 사람들의 무리가 시야에서 가려질 때 쯤이면 나는    그곳에    누워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무정형적 유혹을 마주하게 된다.  숲은 깊고 나무들은 늙었다.  간혹 들리던 새소리도 적막에 덮히는 그 순간,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숲의 장막을 조심스레 열어 젖힌다. 

언젠가 사람들이 자연의 싞으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양식과 경험들을 모두 다 소진하고,  마침내 이것들을 관심 밖으로 몰아냈을 때 그들은 하나 둘씩 이비밀스런 문 너머의 세계속으로 자신들을 감추었다.  내가 이들을 알아볼 수 있게 된 일 또한 참 우연스럽다.  밤과 낮이 마주하는 순간은 하루에 두번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 변화의 시간안에선 거대한 우주의 영역도 그리고 먼지처럼 작은 나의 존재도 무의미하다. 미끌어지듯 나를 놓아버릴 수 있었던 그 한번의 일은 사실, 거짓에 가까운 착각에서 비롯되었다.  몽환적인 그림속을 걷고 있었던 어느날 해는 지지않고 달은 희미하지 않았다.  별은 호숫가에 맺혀있었고 집들은 불을 밝히지도 않은 채 어둠에서 빛난다. 가끔 마주하는 이 경험은 왠지 사실같지가 않다.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이곳은 더욱 이상하다.   괴기스럽고 불편하다.  잠깐의 망설임을 뒤로한채,  동시에 나를 엄습하는 불안감과 호기심에 기대어 발을 들여놓았다. 이내 눈은 멀고 머리속은 멍해진다. 이곳에 들어올때면 늘상 있는 일이기에 잠시 기다리기로 한다.   이 세계에서는 예측과 판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감각의 촉수들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한다.  어쩌면 차라리 듣지않고 보지않는 편이 훨씬 편하다.  그래야맊 나를 바라보는 나와 맊나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곳은 예전에 왔었던 곳임에 분명하다.   거칠지 않은 바람의 속삭임,  정적인 나무들의 동물적 움직임,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초록 늪의 유혹 등,   오래된 세계의 흔적들이 낙엽쌓이듯 겹쳐져 있어서 겉을 보는 일은 아무것도 보지않는 일이 되고야 만다. 누적된 세계의 층위들을 한 꺼풀씩 들추어 내는일은 복잡한 미로 안에서 나침반 바늘이 지시하는 곳으로부터 벗어나는 일 만큼 어렵다.    

이곳은 그래서 사진으로 담아내기에 무척 어려운 곳이다.  보지않고 생각을 멈출 때야 비로소 더 많이 볼 수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훨씬 어렸던 그때가 차라리 더 나았을지 모른다.  알수 없는 무엇을 보기 시작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알 수 없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지난한 여행을 이제서야 하고 있는 것이다.     

http://www.akive.org/upload/artist/pdf/Untitle%20KOR.pdf



Chaotic Harmony: Contemporary Korea Photography
Exhibition 2009-2010
Anne W.Tucker ( Museum of Fine Arts, Houston, US)
 
현재 한국에서 활동 중인 젊은 작가 가운데,  박형근은 그의 전세대 작가들과 작품속에서 다루고 있는 작가의 내부세계와 현실세계와의 관계면에서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그의 표현처럼 "  이 사진 속 공간과 장소들은 현실세계(actual world)에 존재하는 일상적인 곳 임에 분명하지만 실제로는 나의 내면 속 세계를 반영하고 있는 곳에 더 근접합니다."(1) 계속되는 인터뷰에서 그는 " 여기 보여지는 사진 이미지들은 저의 육체적 행위(performance)와 대상간의 관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를 대신해서 또 다른 나의 모습으로 등장한 사진 속 인물들은 각각 저마다의 방식으로 장면(scene)속의 주인공으로 전환(transform)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존재들이지만 사진 찍혀짐을 통해 또 하나의 존재로 구체화(crystallized)되어 나보다 더 진실된 나를 표상합니다."      민병헌과 유사하게 박형근은 그가 촬영한 사진의 대상과 장소의 특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촬영한 녹색수초 위에 떠있는 찌그러진 공을 어디서 발견했는지 그 장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의 작업 "텐슬리스 #5, 늪" 에 대해 미술사가 이안 제프리가 평하기를 "이 사진 이미지를 일반적인 사건의 과정 하에서 추론할 때 우리는 그 볼의 위치가 누군가에 의해서 재조정 되었을지도 모를 가능성에 대해 상상할 수도 있다.  반면에 우리가 실제로 사진에서 보여지는 장면처럼 볼의 위치를 원하는 어떤 장소로 움직이려고 시도 할 경우, 우리의 육신은 아름다운 녹색의 수초들로 엄밀하게 위장 되어진 그 깊이를 짐작하지 못하는 늪의 심연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즉,  극복 불가능한 인간의 육체적 한계가 암시하고 있는 죽음에 대한 필연적인 숙명성,  그리고 그 사후의 영원한 세계를 반영하기 위한 사진적 형식임을 관객들은 이제 재빨리 이해하게 된다.......  이는 즉각적이고 현상적으로 대상들을 지각하지 않고 사물에 대한 통찰력과 감화력(epiphanies and emanations)으로 다가가는 박형근 만의 세계인 것이다.“(2) '텐슬리스'시리즈에서 선보이고 있는 그의 다른 사진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자극적이고 당혹스럽다.  그 작업들은 언어로 묘사할 수는 있으나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의 사진들은 연출 세트인지 실제 사이즈인지, 진짜새인지 모조 새인지,  산업 사고의 결과물인 자연적으로 발생한 유기물인지 그 무엇하나도 분명하지가 않다. 그의 사진에서 보여지는 모호한 내러티브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동시에 매혹적이다.                                                            
(1) “Interview between Patrizia Bottallo & Hyung-Geun Park,” in Imaginary Journey: Hyung Geun Park (Seoul: Gallery Zandari, 2008). p23
(2) ‘Park’s poetic” by Ian Jeffrey,  Hyung-geun Park 2003-2006 Solo Exhibition Catalogue, 2006, p68-69 

http://www.akive.org/upload/artist/pdf/Chaotic%20Harmony.KOR%20pdf.pdf  


'끝없이 부드럽게 만들고, 감추어 주고, 치유해 주는 자연'  William Wordsworth 
'아름다움에 평생 깊이 헌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지혜는 다른 어떤 진지함으로도 흉내낼 수 없다.'는 수잔손탁

http://www.neolook.com/archives/20111106j < 큐레이터 고원석의 아주 자세한 해설이 있다. '예술의 미덕은 눈에 보이는 것을 확인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논리를 초월한 비논리의 세계, 시각을 초월한 비가시의 세계, 관념을 초월환 무의식의 세계를 열어주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길을 찾아주기보다 심연의 미로 속으로 밀어 넣어 길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그 지난한 배회의 과정을 지났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세계와 조우할 수 있음을 박형근의 사진들은 암시하고 있다.'고 한다.









박형근 작가

 

 

 

"사진 속 공간과 장소들은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곳임에 분명하지만 실제로는 나의 내면 속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박형근의 주요 촬영 소재는 우거진 숲, 인적 드문 야산과 들판, 버려진 공간, 모퉁이 등이다. 작가는 단순한 자연 풍경에 자신의 주관을 의도적으로 개입하여 신비스럽고 비현실적인 느낌의 풍경을 담아낸다. 이렇듯 풍부한 색감과 감성이 느껴지는 풍경 이미지들은 작가만의 독특한 사진세계를 구축한다.

 

 

 

 

Untitled _9 A Reflection

2003, C Print, 100x125cm

 

 

Untitled _1 Red Hole

2004, C Type Print, 75x100cm
 


Untitled _2 Green Pond

2004, C Print, 100x125cm


 

Untitled 6 A PaperHorse

2004, Light-Jet C Type Print, 100x125cm

 

 

Untitled _14 In the Shallow Surface

2004, C Print, 100X125cm

 

▷ 2003-2004년 사이에 제작된 '무제' 시리즈는 공원이나 연못같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자연에 약간의 채색을 가미하여, 심미적인 풍경으로 만든 작품이다.

 


Untitled, Layers-1

2005, C Print, 120x150cm
 


Untitled, Layers-3

2007, C Print, 120x150cm

 

Untitled, Llayers-5

2005, C Print, 120x150cm

 

▷ 'Layers' 시리즈는 2003년부터 작가가 영국 남부의 Eastbourne(이스트본)과 동부의 Norfolk(노폭) 해안 지대의 절벽과 해안선을 소재로 촬영한 작품이다. 사진 속 흰 절벽과 초록의 이끼처럼 보이는 것들은 사실은 퇴적된 플랑크톤과 화석의 잔재이다.

 

 


Tenseless-47, No where

2007, C print, 103x130cm

 

Tenseless-54, Awaken

2007, C print, 103x130cm

 

Tenseless-51,A silhouette

2007, C print, 103x130cm

 

Tenseless-53, A peacock

2007, C print, 103x130cm

 


Tenseless-57, Frozen clouds

2008, C print, 103x130cm

 

Tenseless-56, Winter flowers

2008, C print, 103x130cm

 

Tenseless-59, Black birds

2008, C print, 103x130cm

 

Tenseless-61, The third moon

2007, C print, 103x130cm

 

▷  2004-2008년 사이에 제작된 'Tenseless' 시리즈는 버려진 공간, 폐허같은 장소에 자연적, 인공적 소품을 늘여놓는다. 난데없고 공통분모가 없는 소품과 배경들은 의도치 않게 새로운 장면으로 연출된다.

 

 

 

A voyage-1, Full moon

2007, C print, 103x130cm


A voyage-2, Fire works

2007, C print, 103x130cm

 


A voyage-3, Listen

2007, C print, 103x130cm

 

A voyage-5, Daytime moon

2008, C print, 103x130cm

 

A voyage-6, A mobile

2008, C print, 103x130cm

 

A voyage-7, Summer snow

2007, C print, 103x130cm

 

▷ 2007-2008년에 제작된 'A voyage' 시리즈는 풀밭과 눈, 달이 모순없이 공존하는 진기한 풍경이다. 자연 속에 배치된 소품들의 극적인 병치가 특징적이다.

 

 

 

Forbidden forest _2

2010, C print, 150x190cm

 

 

Forbidden Forest-8

2011, C Print, 150x19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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