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에게 장미를
에밀리 그리어슨양이 세상을 떴을 때 우리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남자들은 무너져 버린 기념비에 대한 애정 어린 존경심때문에, 여자들은 대부분 그녀의 집안을 들여다보려는 호기심 때문에 참석했다.
지난 십년 동안 정원사이자 요리사였던 늙은 하인을 빼놓고는 누구도 그 집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에밀리양이 살던 집은 한때 흰색으로 칠해져 있던 커다랗고 네모난 목조건물이었는데, 이 건물은 1870년대 특유의 대단히 우아한 양식을 살려 지은 것이다.
작고 둥근 지붕들, 첨탑들, 소용돌이 무늬로 장식한 발코니들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위치도 한때 우리 마을에서 가장 좋았던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수리 공장이라든가 면화에서 면섬유를 분리해 내는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인근의 건물은 물론 존엄한 명사들의 이름까지도 사라지게 되었다.
다만 에밀리양의 집만이 남아서, 완고하면서도 교태를 부리는 듯한 자태로 자신의 쇠락한 모습을 면화 운반용 짐수레나 주유소의 주유기들 위쪽으로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야말로 눈에 거슬리는 것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에밀리양도 그 장엄한 이름들을 대표하던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다.
그들은 향나무가 생각에 잠긴 듯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는 공동묘지에 제퍼슨 전투에서 산화한 북군과 남군의 유명 무명 용사들의 틈에 끼어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살아있을 당시 에밀리 양은 일종의 전통이자 의무였고 또한 관심을 보여야 할 존재였다.
말하자면, 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짊어져야 했던 세습적인 짐이었던 것이다.
샤토리스 대령이 에밀리양의 아버지가 세상을 뜬 날부터 영구히 그녀에게 세금 면제의 혜택을 부여했는데 그날은 1894년 어느 날이었다.
바로 그날부터 에밀리양은 마을 사람들에게 일종의 짐이 되었던 것이다 (샤토리스 대령으로 말하자면, 흑인 여자는 누구도 앞치마를 두르지 않은 채 거리 바깥으로 나올 수 없다는 포고령을 내린 사람이었다).
에밀리양이 그러한 자선을 순순히 받아들일 리는 없었다.
그래서 샤토리스는 이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하나 꾸며냈다.
즉, 일찍이 에밀리양의 아버지가 마을에 돈을 꿔 준 적이 있는데 마을로서는 사무 절차상 이런 식으로 돈을 면제 해 주는 방식을 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꾸며냈던 것이다.
아마도 샤토리스 대령 세대의 사람들이나 그 세대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들만이 이런 식의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에밀리양과 같은 여자만이 그런 이야기를 믿을 것이다.
보다 더 근대적인 사상을 지닌 다음 세대의 사람이 시장과 시의원이 되자, 이런 조처에 불만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크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새어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정초에 세금 고지서를 그녀에게 우송하였다.
2월이 되었으나 답이 없었다.
그들은 아무때고 편리한 시간에 보안관 사무실로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그녀에게 발송하게 되었다. 일주일이 지난 다음 시장이 몸소 그녀에게 편지를 써서, 직접 모시러 가든가 아니면 차를 보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답장으로 시장은 아주 고풍스러운 모양의 종이 위에 사연을 써놓은 쪽지 하나를 받게 되었다.
색이 바랜 잉크를 사용하여 흐르는 듯한 필체로 가늘게 써 놓은 사연에 의하면, 그녀는 더 이상 결코 외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한 아무런 언급도 없이 세금 고지서도 함께 반송되어 왔다.
그들은 시의원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했다.
그녀의 문제를 담당할 대표자가 선정되어 그는 사람들과 함께 그녀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그 문은 팔년 전인가 십년 전 그녀가 하던 도예 그림 강습을 그만두고 난 이래 아무도 통과해 본 적이 없던 문이었다.
늙은 흑인이 그들을 맞이하여 어둠침침한 현관으로 안내하였는데, 현관 쪽에서 하나의 계단이 더욱 어둠에 싸여 있는 곳으로 통하고 있었다.
집안에서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집에서 나는 먼지 냄새가 났고, 밀폐된 공간에서 나는 축축한 냄새가 났다.
흑인이 그들을 응접실로 안내하였다.
그곳에는 가죽으로 덮인 육중한 가구들이 갖추어져 있었다.
흑인이 덧문 하나를 열자 가죽에 금이 가서 터져 있는 것을 볼수 있었다.
이윽고 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허벅지 근처에서 희미한 먼지가 굼뜨게 일어나서는 한 줄기 햇살 속을 천천히 움직이던 티끌들과 합쳐져 함께 맴도는 것이 보였다.
벽난로 앞에는 변색된 금빛의 이젤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 위에는 크레용으로 그린 에밀리양 아버지의 초상화가 얹혀 있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살찐 여자 하나가 검은 옷을 입은 채 들어서자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허리께까지 드리워진 가느다란 금줄을 두르고 있었는데, 그 줄의 끄트머리는 허리띠 안쪽으로 감추어져 있었다.
그녀는 또한 변색이 된 금빛 손잡이가 달린 흑단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그녀의 골격은 작고 빈약하였다.
다른 여자의 경우라면 통통해 보인다고 할 정도의 살집을 갖고 있는데도 그녀가 그렇게 뚱뚱해 보였던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마치 움직이지 않는 물에 오랫동안 몸을 담가 놓았던 것처럼 부어 있었으며, 또한 피부는 창백한 빛을 띠고 있었다.
퉁퉁 부은 것처럼 살이 쪄서 움푹 들어가 질 보이지 않는 그녀의 눈은 밀가루 반죽 덩어리에다 석탄 두 조각을 눌러 박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방문객들이 용건을 말하는 동안 그 눈은 이 사람의 얼굴에서 저 사람의 얼굴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자리에 앉도록 권유하지 않았다.
대변자가 더듬거리며 겨우 말을 마칠 때까지 그녀는 그저 조용히 서서 듣고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그들은 금줄 끄트머리에서 보이지 않는 시계가 째깍째깍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메마르고 차가웠다.
“제퍼슨 마을에서는 저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싸토리스 대령이 그것에 대해 저에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아마도 당신네들 가운데 누구든 마을의 기록 문서를 살펴보면 그걸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렇게 했었습니다. 우리들이 바로 마을의 행정 담당자들이니까요. 보안관이 서명을 해서 보낸 고지서를 받으셨지요?”
“예, 물론 무언가 종이 쪽지 한 장을 받았어요.”
에밀리양이 대답했다.
“아마도 그 사람은 자기가 보안관이라고 생각하나 본데...제퍼슨 마을에서는 저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도 아시겠지만 문서상으로는 그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은 그저...”
상대의 말을 끊고 에밀리양이 말했다.
“샤토리스 대령을 만나 보세요. 제퍼슨 마을에서는 저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상대의 말을 끊고 에밀리양이 말했다.
“샤토리스 대령을 만나 보세요.”
샤토리스 대령을 세상을 뜬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제퍼슨 마을에서는 저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게 외어 있습니다. 토비!”
흑인이 나타났다.
“이분들을 밖으로 안내해 드려요.”
이렇게 해서 그녀는 이들 전부를 내쫓게 되었다.
마치 삼십년 전에 그들의 부친을 악취 주변에서 쫓아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난 이년 후의 일이었고, 그녀와 결혼할 것이라고 우리 모두가 믿었던 그녀의 애인이 그녀를 버리고 떠난 지 얼마 안되어서였다.
아버지가 세상을 뜬 다음 그녀는 별로 외출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애인이 떠난 다음 사람들은 그녀를 거의 볼 수가 없었다.
몇몇 부인네들이 무모하게도 에밀리양을 찾아가 만나려 하였으나 문 밖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젊은이였던 흑인이 시장 바구니를 들고 드나드는 모습뿐이었다.
“어떤 남자든 남자 하나만으로 부엌일이 다 될 수 있는 것처럼 그러네요.”
부인네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래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놀라지 않았다.
그 냄새야말로 비천하고 사람들이 들끊는 이 세상과 고귀하고 막강한 그리어슨 가를 이어주는 또 하나의 연결 고리와도 같았다.
이웃에 사는 여인 하나가 시장 일을 맡아 하던 여든 살 나이의 스티븐즈 판사에게 불만을 호소했다.
“그렇지만, 부인, 그 문제를 놓고 제가 어떤 조처를 취할 수 있겠습니까?”
그가 물었다.
“아 그거야 냄새 좀 그만 피우라는 명령을 내릴 수 없을까요?”
여인이 반문했다.
“그런 걸 다스리는 법 같은 것이 없나요?”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스티븐즈 판사가 말을 이었다.
“아마 그녀가 데리고 있는 검둥이 녀석이 마당에서 잡은 뱀이나 쥐 때문이겠지요. 그 녀석한테 내가 한 번 따끔하게 말하지요.”
이튿날 두 건의 불평이 더 접수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어떤 남자한테서 나온 것인데, 그는 자신이 없는 어투로 진정을 했다.
“판사님, 이 일과 관련해서 정말 무언가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야 추호도 에밀리 아씨를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번엔 무언가 조처를 취해야 해요.”
그날 밤 시의원 모임이 있었다.
흰 수염을 기른 세 분의 노인과 신세대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이가 모여 숙의를 했던 것이다.
“간단해요.”
젊은이가 말을 이었다.
“집안을 대청소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되지요. 얼마 동안 시간을 주고 기다리다가 그래도 청소를 하지 않는다면.......”
“당치도 않은 말이요.”
스티븐즈 판사가 말했다.
“숙녀를 앞에 놓고 냄새가 난다고 책망을 할 수 있겠소? ”
그래서 그 다음 날 밤 자정이 지난 다음 네 명의 남자가 에밀리양 집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서 마치 도둑처럼 집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들은 벽돌담 아래쪽이나 지하실 입구를 따라 킁킁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녔는데, 그들 가운데 한 명은 계속 씨를 뿌리는 사람처럼 잔등에 걸머진 자루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는 동작을 취했다.
그들은 지하실 문을 강제로 열고 석회를 뿌렸으며, 그 모든 부속 건물 안을 석회로 소독하였다.
그들이 다시 잔디를 가로질러 나오려고 할 때 지금까지 어두웠던 창문 하나가 밝아졌다.
그들은 그 창문을 통해 에밀리양이 등불을 뒤쪽으로 하고 마치 조상처럼 상체를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숨을 죽인 채 기어서 잔디를 가로질러 나온 다음 가로를 따라 줄지어 서 있는 아카시아 나무 그늘에다 몸을 숨겼다.
1, 2주일이 더 지난 다음 냄새는 사라졌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은 그녀에게 정말로 미안하다는 느낌을 갖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대고모였던 와이어트 노부인이 끝내는 완전히 미쳐 버렸다는 점을 기억하고는 그리어슨 가의 사람들은 별것도 아니면서 좀 대단한 체 하는 사람들이라고 믿었다.
젊은 청년들 가운데 누구도 에밀리양과 같은 처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투였던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그들을 그림 속의 인물들로 생각했다.
말하자면 에밀리양이 흰옷을 입은 채 배경을 장식하는 호리호리한 인물이라면,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등을 돌린 채 말채찍을 움켜쥐고 다리를 벌린 상태로 전경에 서 있는 실루엣에 해당한다.
이들 두 사람은 뒤쪽으로 문을 열어 놓은 채 문틀을 액자 삼아 서 있는 형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서른 살이 되어서도 아직 미혼이었을 때 우리의 기분이 꼭 유쾌했덨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들의 판단이 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리 가계에 정신병이 유전된다고 하더라도 기화가 실제로 주어지기만 했다면 에밀리양이 모든 기회를 다 뿌리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에게 남겨진 유산이라고는 그 집이 전부라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사람들은 그 점을 기쁘게 생각했다.
거지와 같은 처지로 혼자 남게 되었다면 인간다운 모습을 보이게 되지 않겠냐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이제 한 푼이라도 돈이 더 많고 적음에 황홀해 하거나 절망하는 그 오랜 인간의 습성을 그녀 또한 체득하게 될
것이 아닌가.
부친이 세상을 떠난 다음 날, 우리의 관습이 그러하듯이, 모든 부인네들이 그녀의 집을 방문하여 위로의 말과 도움을 줄 준비를 하였다.
에밀리양은 평소와 같은 차림에 얼굴에는 아무런 슬픈 표정도 없이 그네들을 문간에서 만났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목사님들과 의사들이 그녀를 방문하여 시신을 처리하지고 설득하였으나, 그녀는 그런 식으로 사흘을 버텼다.
마침내 법률상의 강제 수단에 호소하자 그녀는 굴복하였고, 이에 사람들은 재빨리 시신을 처리하였다.
그 당시에 우리는 누구도 그녀가 미쳤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녀로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믿을 뿐이었다.
우리는 그녀의 아버지가 그 많은 젊은 청년들을 쫓아 보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또한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한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간 그 무엇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라도 그녀와 같은 처지가 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오랫동안 그녀는 병석에 누워 있었다.
우리가 다시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는 머리를 짧게 잘라 마치 소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교회의 창문을 장식하고 있는 채색 유리로 된 천사들과 어딘가 닮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일종의 비극적인 고요함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마을은 막 보도를 포장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였던 참이었고, 그녀의 아버지가 세상을 뜬 그 해 여름, 일에 착수하게 되었다. 건설 회사가 검둥이들과 노새들과 기계들을 끌고 왔다.
그리고 호머 배론이라는 이름의 현장 감독도 마을에 오게 되었다.
북부 출신의 호머 배론은 키가 크고 피부가 검고 행동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으로, 커다란 목소리에 얼굴빛보다 더 밝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떼를 지어 그의 뒤를 따라 다니면서, 그가 검둥이들에게 퍼붓는 욕설을 듣거나 검둥이들이 곡괭이의 오르내림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알게 되었다.
광장 어디에선가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리면 거기에는 반드시 호머 배론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 마련이었다.
이윽고 그와 에밀리양이 일요일 오후 노란 바퀴의 사륜 마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우리의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 마차는 마차 대여업소에서 빌린 것으로 이에 잘 어울리는 갈색 말들이 끌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들은 에밀리양이 무언가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했다.
부인네들은 모두가 이렇게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그리어슨 가문의 사람이라면 북부 사람, 그것도 일당노동자를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을 거예요. 그러나 할머니들 가운데에는 아무리 비통하더라도 진정한 숙녀라면 대갓집 사람으로서의 의무 를 저버려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다.
물론 대갓집사람으로서의 의무 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한 것은 아니다. 그네들은 다만 이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에밀리가 참 안됐어. 그녀의 친척들이 와서 돌봐야 할 건데.”
알라바마 주에 그녀의 친척이 몇 있었지만, 미친 여자였던 와이어트 노부인이 상속한 재산 문제를 놓고 수년 전에 의가 상하게 되어 두 가족 사이에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다.
그들은 심지어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을 정도였다.
“에밀리가 참 안됐어.” 라는 표현을 할머니들이 쓰게 되자 곧 사람들은 수군대기 시작하였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물론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이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한 말이었다.
짝을 잘 이룬 두 필의 말이 가늘게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재빠르게 지나갈 때면, 일요일 오후의 햇빛을 막기 위해 내려놓은 덧문 위에서 목을 길게 뺀 사람들의 비단옷이나 공단 옷 스치는 소리에 섞여 들리는 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에밀리가 참 안됐어” 였다.
우리가 에밀리양의 타락을 믿고 있었을 때조차도 그녀는 고개를 아주 빳빳하게 들고 다녔다.
마치 그녀는 그리어슨 가문의 마지막 사람으로서 그녀의 위엄을 인정하는 것 이상의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같이 보였다.
그녀는 감히 이러쿵저러쿵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재확인시켜 주기 위해 그 정도의 타락을 감수하는 것처럼 행동하였던 것이다.
그녀가 쥐약으로 사용하는 비소를 사려고 했을 때도 사람들은 비슷한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에밀리가 참 안됐어”라고 말하기 시작하고 일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당시 에밀리양에게 사촌이 되는 두 여자가 손님으로 방문하고 있었을 때였다.
“독약이 좀 필요한데요.”
그녀가 약제사에게 말을 건넸다.
그녀는 당시 서른살이 넘었으며, 보통 때보다 더 여위어 있긴 했지만 아직 날씬한 몸매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검은 눈이 차갑고 거만한 빛을 띠고 있었으며, 등대지기의 얼굴 모습을 상상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것과 같이 관자놀이 쪽과 안공 주변의 근육이 부자연스럽게 긴장되어 있었다.
“독약이 좀 필요한데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예, 아가씨. 어떤 종류 말씀이죠? 쥐를 잡을 때 쓰는 그럴 것 말씀하시나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게 있다면...”
약제사의 말을 끊고 에밀리양이 말했다.
“댁이 갖고 있는 것 가운데 효력이 제일 센 것으로 주세요. 종류는 아무래도 좋아요.”
약제사는 몇 가지 독극물의 이름을 열거했다.
“이놈들로는 코끼리까지 죽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가씨가 원하는 것은...”
다시 상대의 말을 끊고 에밀리양이 말했다.
“비소예요. 그 정도면 괜찮은 거겠죠?”
“비소...라구요? 예,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아가씨가 원하는 것은...”
다시 한 번 말을 끊고 그녀가 말했다.
“저한테는 비소가 필요해요.”
약제사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팽팽하게 긴장된 깃발과도 같은 얼굴을 곧게 세우고는 그를 마주 바라보았다.
“아, 예, 알겠습니다.”
약제사가 말했다.
“그걸 원하신다면 드리지요. 그렇지만 어디에다 쓰실 건지 법률상 밝히게 되어 있는데요.”
에밀리양은 눈과 눈이 마주치도록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결국 그는 눈싸움에서 밀린 채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가서 비소를 꺼내 포장했다.
점원으로 일하는 검둥이 소년이 그녀에게 포장물을 가져다주었다.
약제사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집에 가서 포장을 끌러보니. 극약물임을 표시하는 해골과 뼈그림이 상자위에 그려져 있었고 그 아래에 쥐잡이용 이라고 씌여 있었다.
그리하여 이튿날 우리들은 “그녀가 자살을 하려나봐.”라고 수군거렸다.
그게 아마 최선책일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가 호머 배론과 같이 있는 것이 처음 우리의 눈에 띄었을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결혼하려나봐.”
얼마간 시간이 지난 다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직 그를 설득 중인가 봐.”
왜냐하면 호머 스스로 자신을 결혼할 타입의 남자가 아니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남자들끼리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그가 엘크스 자선 및 사교 모임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곤 한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알려져 있었다.
이어서 우리는 일요일 오후 머리를 높이 치켜든 에밀리양과 모자를 젖혀 쓴 채 여송연을 이빨 사이에 물고 노란 장갑을 낀 손에 말고삐와 채찍을 쥔 배론이 함께 번쩍이는 마차를 타고 지나갈 때 덧문 뒤에서 “에밀리가 참 안됐어.”라고 말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몇몇 부인네들이 에밀리양과 배론의 결혼은 마을의 수치이고 젊은이들한테 좋지 않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투의 비판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끼여들고 싶어하지 않았으나, 결국에는 부인네들의 성화에 못 이겨 침례교 목사가 에밀리양을 방문하게 되었다(에밀리양의 가족들은 성공회 소속이었다).
그는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하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일체 발설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다시 찾아가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다음 일요일에도 그들은 여전히 마차를 탄 채 거리를 지나갔다.
결국 그 다음 날 목사님 부인께서 알라바마에 있는 에밀리양의 친척에게 편지를 띄우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핏줄이 같은 사람들과 다시 한 지붕 아래 기거하게 되었고, 우리는 느긋이 뒤로 물러앉아서 일이 어떻게 진전되는가를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틀림없이 결혼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는 에밀리양이 보석가게에 들렀다는 사실과 은으로 된 남성용 화장 도구 한 벌을 주문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남성용 화장 도구 하나 하나에는 모두 호머 배론의 머리 글자가 새겨 있었다고 한다.
이틀이 더 지난 다음 우리는 그녀가 잠옷을 포함하여 남성용 의복을 하나도 빼지 않고 사들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결혼을 한 거로군.”이라고 말하게 되었다.
우리는 정말로 반겼다.
우리가 반겼던 이유는 에밀리양의 사촌이었던 두 여인이 에밀리양 본인보다도 한결 더 그리어슨 가문의 티를 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호머 배론이 마을을 떠난 것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도로 포장 공사가 얼마 후에 끝났던 것이다.
시끌벅적한 행사가 없었던 것에 우리가 다소 실망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에밀리양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 위해서든 그 지겨운 사촌들을 쫓아 보낼 기회를 그녀에게 주기 위해서든 떠난 것이라고 믿었다. (그때쯤에는 에밀리양의 사촌들을 따돌리는 일이 비밀음모 같은 것으로 바뀌었고, 우리 모두가 에밀리양의 편이 되어 이 일에 가담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주일이 더 지난 다음 그들은 떠났다.
그리고 우리들이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사흘도 채 되지 않아서 호머 배론이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어느 날 저녁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졌을 무렵 검둥이 하인이 부엌문으로 그를 맞아들이는 것을 누군가가 보았다고 하였다.
그것이 우리가 호머 배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다.
게다가 에밀리양의 모습도 그후로는 얼마 동안 볼 수 없었다.
검둥이 하인이 시장 바구니를 들고 드나들었지만, 건물의 현관문은 굳게 닫혀진 채였다.
이따금씩 창가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의 모습을 언뜻 볼 수는 있었다.
어느 날 밤엔가 사람들이 그녀의 집에 가서 석회를 뿌릴 때 보았던 것과 같은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거의 6개월 동안 그녀는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윽고 우리는 이것 또한 예상했던 일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여자로서의 에밀리양의 삶을 그렇게도 수없이 좌절시켰던 그녀 아버지의 성품이 너무도 독기에 차있고 너무도 강렬한 것이어서 아직 죽지 않은 채로 집안에 떠돌고 있는양 여기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다음에 에밀리양을 보았을 때 그녀는 많이 뚱뚱해져 있었고 머리는 잿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몇 년 동안 머리는 점점 더 잿빛으로 변하더니 마침내 희끗희끗한 철회색을 띠게 된 다음 변색을 멈추었다.
74세로 그녀가 세상을 뜨던 날까지 그녀의 머리는 활동적인 남자의 머리가 그러하듯이 여전히 힘에 넘친 철회색을 띠고 있었다.
그 무렵부터 줄곧 그녀의 집 현관문은 닫힌 채였다.
그녀가 마흔 살이었을 무렵 약 5,6년 동안 현관문이 열려 있었는데, 그때가 바로 도예 그림 강습을 하던 때였다.
아래층에 있는 방 하나에 화실을 만들어 놓았는데, 샤토리스 대령과 동일한 연배의 사람들이 딸이나 손녀딸들을 그녀에게 보냈다.
마치 일요일 날 헌금함에 넣을 25센트짜리 동전을 쥐어 주고 교회에 보내듯 아주 규칙적으로 또한 교회를 보낼 때와 비슷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그녀에게 보냈던 것이다.
그 동안 내내 그녀는 세금 면제의 혜택을 받고 있었다.
이윽고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이 마을의 중추 세력이 되어, 시대 조류를 이끌어 가게 되었다.
그림 강습을 받던 아이들이 자라서 빠져나가게 되었지만, 자기 아이들에게까지 물감 통과 지겨운 붓들, 여성 잡지에서 오려 낸 그림들을 들고서 그녀를 찾아가게 하지는 않았다.
마지막 학생이 떠나자 현관문은 다시 굳게 닫힌 채 그후로는 영원히 열리지 않았다.
마을이 무료 우편배달 제도를 실시하게 되었을 때, 현관문 위쪽에 금속으로 된 번호판을 부착하는 일과 문짝에 우편함을 다는 일에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은 유일하게 그녀뿐이었다.
그녀는 도대체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가는 동안 우리는 내내 시장 바구니를 들고 드나들던 검둥이 하인의 머리가 점점 더 희어지고 허리가 굽어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매년 12월이 되면 우리는 그녀에게 세금 고지서를 보냈고, 일주일 후에는 이따금씩 아래층 창문 안쪽에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명백히 짐의 이층 부분은 폐쇄해 버린 것 같았다.
창을 통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벽면을 움푹 파놓고 그곳에다 세워 둔 상반신의 조각품과도 같아 보였다.
그런데 창 밖을 향해 있는 그녀가 우리에게 눈길을 주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리하여 그녀는 한 세대를 지내고 또 한 세대를 지내게 되었다.
모두에게 소중한 동시에 피할 수도 없고 어쩔 수도 없는 여인으로, 또한 냉정하고도 고집 센 여인으로 에밀리양은 세월을 비껴가며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세상을 떴다.
거들어 주는 이라고는 비틀거리는 늙은 검둥이 하인 하나밖에 없는 집에서, 먼지와 그림자로 가득 찬 바로 그 집에서 그녀는 병이 들었던 것이다.
우리는 심지어 그녀가 아프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검둥이 하인에게 무언가 정보를 얻으려는 시도조차 포기한 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녹슬어 있었던 것을 보면, 심지어 에밀리양과도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볼 수 있다.
그녀는 아래층에 있는 어느 방에서, 커튼이 드리워진 육중한 호도나무 침대위에 누워 숨을 거두었다.
세월과 햇빛의 부족으로 누렇게 곰팡이가 낀 배게위에 그녀의 잿빛 머리를 얹은 채.
검둥이 하인이 첫 번째로 찾아온 부인네들을 현관에서 맞이하여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목소리를 죽인 채 수군거리면서 호기심 어린 시선을 재빨리 여기저기로 던지는 부인네들을 남겨 놓은 채 하인을 사라졌다.
그는 집안을 가로질러 뒷문을 통해 나가서는 다시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에밀리양의 사촌인 두 여인이 즉각 왔다.
그들은 이틀째 되던 날에 장례식을 거행했는데, 마을 사람들은 가게에서 사온 한 아름의 꽃 속에 파묻혀 있는 에밀리양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찾아왔다.
크레용으로 그린 그녀 아버지의 얼굴이 관 위쪽에서 깊고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고, 부인네들은 으스스한 표정으로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아주 늙은 사람들이 베란다와 잔디에서 마치 에밀리양이 그들과 같은 또래의 사람인 양 그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몇몇은 남군의 군복을 손질해서 차려 입고 있었다.
그들은 한때 그녀와 춤을 추기도 했고 어쩌면 구혼을 했는지도 모른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노인네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시간이 수학적으로 정확히 진행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흔히 노인네들은 모든 과거는 사라져 가는 희미한 것이 아니라 겨울의 손길이 전혀 닿은 적이 없는 광활한 초원으로 생각하고, 그 초원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는 최근의 십여년이라는 세월이 병목처럼 그 사이를 죄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지 않은가.
이미 우리들은 지난 40년 동안 아무도 보지 못한 구역이 위층에 있으며 그곳에 방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또한 그 방을 열려면 힘을 써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격식을 갖추어 에밀리양을 땅에 묻을 때까지 사람들은 기다렸다가 마침내 그 방을 열게 되었다.
문을 거칠게 부수어 여는 바람에 번지가 일어 방안을 가득 채웠다.
무덤의 관 덮개와도 같은 엷고 매캐한 먼지가 신혼 첫날밤을 위해 꾸미고 장식한 이 방 어디에나 덮여 있었다.
침대를 장식한 희미하게 퇴색된 장미빛 빛깔의 커튼 위에도, 장미빛 전등 갓 위에도, 화장대 위에도, 일련의 섬세한 크리스탈 그릇과 변색된 은으로 감싸인 남성용 화장 도구의 은은 너무도 심하게 변색되어 그 위에 새겨진 글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물건들 사이에 장식용 옷깃과 타이가 마치 방금 벗어 놓은 것 같은 상태로 놓여 있었다.
그것을 들자 가구의 표면 위에 희미한 초승달과도 같은 자국이 먼지 한 가운데에서 드러났다.
의자에는 정성 들여 개킨 양복 한 벌이 놓여 있었으며, 의자 밑에는 벗어 던진 양말과 함께 한 켤레의 구두가 말없이 차지하고 있었다.
남자 자신도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육탈이 되어 심오한 웃음을 짓는 듯한 해골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우리는 오랫동안 그곳에 그저 서 있었을 뿐이었다.
분명히 남자는 한때 포옹의 자세를 취한 대 누워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제 사랑보다 오래 계속되는 길고 긴 잠이, 고통에 일그러진 사랑까지도 정복해 버린 잠이 그를 능멸하고 있었다.
잠옷이었던 천 조각 아래에 그가 남긴 육체의 흔적이 보였는데, 그것은 그가 누워 있는 침대와 뗄 수 없을 만큼 뒤엉켜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몸 위에, 그리고 옆에 놓여 있는 베개 위에도 끈질긴 먼지가 고르게 덮어 있었다.
우리는 두번 째 베개 위에 누군가 누워 있었던 것처럼 움푹 들어가 있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다.
우리들 가운데 누군가가 거기에서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그 희미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마루고 매캐한 먼지를 콧구멍으로 느끼면서 우리는 몸을 굽힌 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철회색을 띤 길다란 머리카락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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