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 부르던 그 사람이 내 자릴 대신 해야 한다고 넌 미안하다고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삶은 늘 부조리하고
너의 것 나의 것을 확인하고 상자를 너의 이름으로 봉인하고 너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에서 부정하려 애썼던 내 진실을 봐
내가 머리만 크고 뇌는 없는 배만 나오고 배짱은 없는 그저 무료함을 달래려 만들어진 용도가 폐기된 눈사람이라는 걸 결국 녹아내릴 눈사람이라는 걸 음……. 눈사람이라는 걸
오늘의 운세엔 마음 비우고 대세를 따르라고 하지만 난 이제야 움켜쥔 이 주먹을 누군가에게 휘두르고 싶어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었다면 자신을 속이지 않을 수 있었다면 거의 미소에 의혹이 깃들었을 때 그때 알았어야 했어, 눈치 챘어야 했어
내가 머리만 크고 뇌는 없는 배만 나오고 배짱은 없는 그저 무료함을 달래려 만들어진 용도가 폐기된 눈사람이라는 걸 결국 녹아내릴 눈사람이라는 걸 음……. 눈사람이라는 걸
살아가게 되는 걸
언젠가 너를 닮은,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가슴에 흉터를 간직한 누군갈 만나 사랑은 거짓이란 현실을 잠시 휴가 떠내 보내고 눈 가리고 아웅 하고, 그렇게 믿으려 하고
또 상처를 주고받고, 동화 속의 결말은 없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걸, 혼자이고 싶지 않은 걸 결국 사람뿐인걸, 네가 떠나간 후에도, 난 살아있는 걸, 살아가게 되는 걸……. 살아가게 되는 걸,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 걸…….
지켜야 할 원칙은 없어, 반복된 학습만 있어 모든 것을 가면서 그 때 그 때 정하고 후회하고 지치고 너무 허기져서 뱉었어야 할 말을 삼키고 쥐죽은 듯 숨을 죽이고, 그렇게 살아남고
늘 불안하지만, 결말을 예감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걸, 혼자 있을 용기가 없는 걸 결국 사람뿐인걸, 그 사람의 사랑뿐인 걸 네가 떠나간 후에도 살아가게 되는 걸
처음엔 현실을 부정하고 그 다음엔 미칠 것 같이 분노하고 그래도 안 되기에 악마와 흥정을 하려 하고 워~ 깊은 우울에 빠져들고
또 상처를 주고받고, 동화 속의 결말은 없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걸, 혼자이고 싶지 않은 걸 결국 사람뿐인걸, 네가 떠나간 후에도, 난 살아있는 걸, 살아가게 되는 걸…….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 걸…….
지혜와 용기
난 여기서 이대로 썩어버리고 싶지 않아 어디선가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아 하루는 더욱 더 길어져만 가고 오고 오! 발 밑에선 잡초가 쑥쑥 자라는 소리가 들려
내 이름 내 얼굴 내 뇌를 바꿔버리고 싶어 내가 했던 모든 말들을 먹어버리고 싶어 난 내가 피 흘리고 부러지고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날 부인하고 내가 날 알아보지 못 하게 되기를 원해
이런 우라질! 오! 이제 와서 무슨 짓이냐고 머리를 달고 다니지만 말고 한번은 사용해보라고 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난 지혜와 용기와 관계해본 적이 없어 난 내게 주어진 이 자리를 받아들일 수 없어 난 지혜와 용기와 관계해본 적이 없어
난 안절이 뭔지, 또 부절이 뭔지 모르기에 아직도 안절부절 못 하고 있어 그 재미없는 책을 읽고, 기도드리고 약을 먹어봐도 이도 저도 아닌 존재가 되어가고 있어
내 이름 내 얼굴 내 뇌를 바꿔버리고 싶어 찌꺼기 같은 나의 흔적을 설거지하고 싶어 난 내게 남겨진 얼마 남지 않은 시간만이라도 내가 나임을 자랑스럽게 여겨보고 싶어 이런 우라질! 오! 이제 와서 무슨 짓이냐고 머리를 달고 다니지만 말고 한번은 사용해보라고 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난 지혜와 용기와 관계해본 적이 없어 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난 지혜와 용기와 관계해본 적이 없어
난 아직도 외로워
난 아내와 두 아이가 있어 집과 개 한 마리가 있어 정거장에서 내리지 않고 끝까지 가고 싶을 때도 있어
빨간 뚜껑 두 개를 따고 휘청거리는 거리로 나서면 밀고 당기며 싸우는 건지 부둥켜안고 우는 건지 모를 저 모습들
난 아직도 외로워 난 아직도 외로워 이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난 아직도 외로워
SUV와 주말이 있어 SNS에 친구도 있어 결국 내가 이 것뿐인가 하는 의혹에 잠길 때도 있어
아이들은 숙제를 하고 아내는 드라마를 보고 난 책장을 넘기며 내가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상상을 해
난 아직도 외로워 난 아직도 외로워 이러면 안 되는지 알지만 난 아직도 외로워
난 아직도 외로워 아직도 외로워 이쯤 되면 안 그럴 줄 알았어 하지만 아직도 외로워
내 곁에 있는 것을 사랑해야 해
오래된 옛사랑과 우연히 마주쳤어 커피 한 잔이 그렇게 비싼지 모르고 살았어 하고 싶던 말과 하면 안 될 말을 가려내고 난 후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은 채 헤어졌어
삶은 장난이 아냐, 사랑은 거의 불가능해 입을 닥치고 눈물을 삼키고 걸어가야 해 그 것이 옳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논리를 가장한 도박을 한 후에 책임지는 거야
내 곁에 있는 것을 사랑해야 해 내게 남아 있는 것을 지켜야 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얘긴 이젠 제발 그만 해줘 내 코가 석자야, 수신제가도 너무 어려워 이 모든 것의 의미를 내게 물어온다면 왜 그 걸 내게 묻느냐고 라고 말해주겠어
내 마음 속의 집시가 다시 기지개를 켜면 독한 한 잔으로 잠재우고 TV를 켜 내 마음 속의 이 허기짐이 나를 삼키려고 하면 그 때가 가장 위험해, 한 잔 더 마셔야 해
내 곁에 있는 것을 사랑해야 해 기적처럼 내게 남아 있는 것을 지켜야 해 내 곁에 있는 것을 사랑해야 해 내게 의미를 준 것들을 지켜야 해
무엇이 내 것인지 아닌지를 감별해야만 해 내게 허락된 선물들을 지켜야 해 내 곁에 있는 것을 사랑해야 해 내게 남아 있는 것을 지켜야 해
난 그냥 이대로 있겠어
쌓여가는 신문들이 시간의 흐름을 알려줘 금속철자들이 자꾸만 현실을 강요해 ‘신문사절’이라고 써 붙여 놔야 하겠지만 당분간 어떤 변화도 사절하겠어, 난 그냥 이대로 있겠어!
어떤 이들은 극복해, 어떤 이들은 그렇지 않아 난 아마 후자 쪽에 속하는 것 같아 그 잘못이 부모님의 것인지, 온전히 나의 것인지, 당분간 이해하려고 하지 않겠어, 난 그냥 이대로 있겠어!
너 없는 하루에 익숙해질 때까지 너 없는 폐허가 일상이 될 때까지 새로운 언어를 다시 배울 수 있을 때까지 그 이유들이 날 수긍시킬 때까지
어떤 이들은 극복해. 난 아직 그렇게 현명하지 못 해. 당분간 내 상처를 핥는 역할을 하겠어,
난 그냥 이대로 있겠어!
내 머릿속의 게임
난 머리가 좋아 늘 내 자신을 속여 난 머리가 나빠 늘 내 자신에 속아 내 머릿속의 치열한 이 게임이 끝나면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난 마음이 약해 날 싫어할까 걱정해 난 마음이 강해 모두 지옥에나 꺼지라고 해 내 머릿속에 가득한 이 갈등을 보여준다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이가 이 정도면 이제 내 모습에 책임져야 해 오든 엑스든 무엇이든 하나로 결정해야 해 그렇게 해야 해, 그렇게 해야 해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을 믿을 수 없어
난 다가가고 싶어 또 물러나고 싶어 속하고 싶어 하지만 떠나고 싶어 내 머릿속에 벌어지는 이 게임의 이유를 알아 네가 실망할까 두려워
내 수치와 분노 욕망과 절망을 가마솥에 넣고 소주로 약간 간을 하고 한 이삼일을 푹 고아서 내 찌든 영혼에 수혈하면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이쯤 되면 내가 누군지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해 우든 좌든 뒤죽박죽이든 정의할 수 있어야만 해 그렇게 해야 해, 그렇게 해야 해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을 믿을 수 없어
난 다가가고 싶어 또 물러나고 싶어 속하고 싶어 하지만 떠나고 싶어 내 머릿속의 빌어먹을 이 게임의 이유를 알아 네가 실망할까 두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