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 / 윈터플레이 / 고상지
내 자릴 대신 해야 한다고
넌 미안하다고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삶은 늘 부조리하고
너의 것 나의 것을 확인하고
상자를 너의 이름으로 봉인하고
너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에서
부정하려 애썼던 내 진실을 봐
내가 머리만 크고 뇌는 없는
배만 나오고 배짱은 없는
그저 무료함을 달래려 만들어진
용도가 폐기된 눈사람이라는 걸
결국 녹아내릴 눈사람이라는 걸
음……. 눈사람이라는 걸
오늘의 운세엔 마음 비우고
대세를 따르라고 하지만
난 이제야 움켜쥔 이 주먹을
누군가에게 휘두르고 싶어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었다면
자신을 속이지 않을 수 있었다면
거의 미소에 의혹이 깃들었을 때
그때 알았어야 했어, 눈치 챘어야 했어
내가 머리만 크고 뇌는 없는
배만 나오고 배짱은 없는
그저 무료함을 달래려 만들어진
용도가 폐기된 눈사람이라는 걸
결국 녹아내릴 눈사람이라는 걸
음……. 눈사람이라는 걸
살아가게 되는 걸
언젠가 너를 닮은,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가슴에 흉터를 간직한 누군갈 만나
사랑은 거짓이란 현실을 잠시 휴가 떠내 보내고
눈 가리고 아웅 하고, 그렇게 믿으려 하고
또 상처를 주고받고, 동화 속의 결말은 없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걸, 혼자이고 싶지 않은 걸
결국 사람뿐인걸, 네가 떠나간 후에도,
난 살아있는 걸, 살아가게 되는 걸…….
살아가게 되는 걸,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 걸…….
지켜야 할 원칙은 없어, 반복된 학습만 있어
모든 것을 가면서 그 때 그 때 정하고 후회하고
지치고 너무 허기져서 뱉었어야 할 말을 삼키고
쥐죽은 듯 숨을 죽이고, 그렇게 살아남고
늘 불안하지만, 결말을 예감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걸, 혼자 있을 용기가 없는 걸
결국 사람뿐인걸, 그 사람의 사랑뿐인 걸
네가 떠나간 후에도 살아가게 되는 걸
처음엔 현실을 부정하고
그 다음엔 미칠 것 같이 분노하고
그래도 안 되기에 악마와 흥정을 하려 하고
워~ 깊은 우울에 빠져들고
또 상처를 주고받고, 동화 속의 결말은 없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걸, 혼자이고 싶지 않은 걸
결국 사람뿐인걸, 네가 떠나간 후에도,
난 살아있는 걸, 살아가게 되는 걸…….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 걸…….
지혜와 용기
난 여기서 이대로 썩어버리고 싶지 않아
어디선가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을 것만 같아
하루는 더욱 더 길어져만 가고 오고
오! 발 밑에선 잡초가 쑥쑥 자라는 소리가 들려
내 이름 내 얼굴 내 뇌를 바꿔버리고 싶어
내가 했던 모든 말들을 먹어버리고 싶어
난 내가 피 흘리고 부러지고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날 부인하고
내가 날 알아보지 못 하게 되기를 원해
이런 우라질! 오! 이제 와서 무슨 짓이냐고
머리를 달고 다니지만 말고 한번은 사용해보라고
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난 지혜와 용기와 관계해본 적이 없어
난 내게 주어진 이 자리를 받아들일 수 없어
난 지혜와 용기와 관계해본 적이 없어
난 안절이 뭔지, 또 부절이 뭔지 모르기에
아직도 안절부절 못 하고 있어
그 재미없는 책을 읽고, 기도드리고 약을 먹어봐도
이도 저도 아닌 존재가 되어가고 있어
내 이름 내 얼굴 내 뇌를 바꿔버리고 싶어
찌꺼기 같은 나의 흔적을 설거지하고 싶어
난 내게 남겨진 얼마 남지 않은 시간만이라도
내가 나임을 자랑스럽게 여겨보고 싶어
이런 우라질! 오! 이제 와서 무슨 짓이냐고
머리를 달고 다니지만 말고 한번은 사용해보라고
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난 지혜와 용기와 관계해본 적이 없어
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난 지혜와 용기와 관계해본 적이 없어
난 아직도 외로워
난 아내와 두 아이가 있어
집과 개 한 마리가 있어
정거장에서 내리지 않고 끝까지 가고 싶을 때도 있어
빨간 뚜껑 두 개를 따고
휘청거리는 거리로 나서면
밀고 당기며 싸우는 건지 부둥켜안고 우는 건지 모를 저 모습들
난 아직도 외로워
난 아직도 외로워
이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난 아직도 외로워
SUV와 주말이 있어
SNS에 친구도 있어
결국 내가 이 것뿐인가 하는 의혹에 잠길 때도 있어
아이들은 숙제를 하고
아내는 드라마를 보고
난 책장을 넘기며 내가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상상을 해
난 아직도 외로워
난 아직도 외로워
이러면 안 되는지 알지만
난 아직도 외로워
난 아직도 외로워
아직도 외로워
이쯤 되면 안 그럴 줄 알았어
하지만 아직도 외로워
내 곁에 있는 것을 사랑해야 해
오래된 옛사랑과 우연히 마주쳤어
커피 한 잔이 그렇게 비싼지 모르고 살았어
하고 싶던 말과 하면 안 될 말을 가려내고 난 후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은 채 헤어졌어
삶은 장난이 아냐, 사랑은 거의 불가능해
입을 닥치고 눈물을 삼키고 걸어가야 해
그 것이 옳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논리를 가장한 도박을 한 후에 책임지는 거야
내 곁에 있는 것을 사랑해야 해
내게 남아 있는 것을 지켜야 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얘긴 이젠 제발 그만 해줘
내 코가 석자야, 수신제가도 너무 어려워
이 모든 것의 의미를 내게 물어온다면
왜 그 걸 내게 묻느냐고 라고 말해주겠어
내 마음 속의 집시가 다시 기지개를 켜면
독한 한 잔으로 잠재우고 TV를 켜
내 마음 속의 이 허기짐이 나를 삼키려고 하면
그 때가 가장 위험해, 한 잔 더 마셔야 해
내 곁에 있는 것을 사랑해야 해
기적처럼 내게 남아 있는 것을 지켜야 해
내 곁에 있는 것을 사랑해야 해
내게 의미를 준 것들을 지켜야 해
무엇이 내 것인지 아닌지를 감별해야만 해
내게 허락된 선물들을 지켜야 해
내 곁에 있는 것을 사랑해야 해
내게 남아 있는 것을 지켜야 해
난 그냥 이대로 있겠어
쌓여가는 신문들이 시간의 흐름을 알려줘
금속철자들이 자꾸만 현실을 강요해
‘신문사절’이라고 써 붙여 놔야 하겠지만
당분간 어떤 변화도 사절하겠어,
난 그냥 이대로 있겠어!
어떤 이들은 극복해, 어떤 이들은 그렇지 않아
난 아마 후자 쪽에 속하는 것 같아
그 잘못이 부모님의 것인지, 온전히 나의 것인지,
당분간 이해하려고 하지 않겠어,
난 그냥 이대로 있겠어!
너 없는 하루에 익숙해질 때까지
너 없는 폐허가 일상이 될 때까지
새로운 언어를 다시 배울 수 있을 때까지
그 이유들이 날 수긍시킬 때까지
어떤 이들은 극복해.
난 아직 그렇게 현명하지 못 해.
당분간 내 상처를 핥는 역할을 하겠어,
내 머릿속의 게임
난 머리가 좋아
늘 내 자신을 속여
난 머리가 나빠
늘 내 자신에 속아
내 머릿속의 치열한 이 게임이 끝나면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난 마음이 약해
날 싫어할까 걱정해
난 마음이 강해
모두 지옥에나 꺼지라고 해
내 머릿속에 가득한 이 갈등을 보여준다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이가 이 정도면 이제 내 모습에 책임져야 해
오든 엑스든 무엇이든 하나로 결정해야 해
그렇게 해야 해, 그렇게 해야 해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을 믿을 수 없어
난 다가가고 싶어
또 물러나고 싶어
속하고 싶어
하지만 떠나고 싶어
내 머릿속에 벌어지는 이 게임의 이유를 알아
네가 실망할까 두려워
내 수치와 분노
욕망과 절망을
가마솥에 넣고
소주로 약간 간을 하고
한 이삼일을 푹 고아서 내 찌든 영혼에 수혈하면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이쯤 되면 내가 누군지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해
우든 좌든 뒤죽박죽이든 정의할 수 있어야만 해
그렇게 해야 해, 그렇게 해야 해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을 믿을 수 없어
난 다가가고 싶어
또 물러나고 싶어
속하고 싶어
하지만 떠나고 싶어
내 머릿속의 빌어먹을 이 게임의 이유를 알아
네가 실망할까 두려워
3집
complicated you and me
puppy love
http://music.naver.com/onStage/onStageReview.nhn?articleId=2764 yaktksj.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