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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없는 불행

■● 2012. 12. 30. 10:01

집안일을 하면서 겨우 생계를 꾸려나가는 생활 형식에서 우정이란 기껏해 봐야 서로 친숙한 것을 의미했을 뿐 남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걸 의미하지는 않았다. 모두들 똑같은 걱정거리를 갖고 있다는 게 말하지 않아도 분명했다. 자유 의지에 따라 사는 것, 가령 평일에 산보를 간다든지, 두번째로 사랑에 빠진다든지, 여자가 혼자 술집에서 과일주를 마신다든지 하는 등의 일은 말할 것도 없이 괴물이나 하는 짓이었다. 사람들은 개인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기를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왜냐면 뭔가를 알고 싶다는 욕구를 조금도 갖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질문들은 모두 공허한 말이 되어버렸고 대답 또한 너무 상투적이어서 거기에 인간이 포함될 필요는 없었고 사물로도 족했다.


장례식을 어떻게 지내달라는 것만 씌어 있는 편지의 마지막 대목에 가서야 그녀는 <드디어 평화롭게 잠들게 되어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썼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그녀의 진심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죽은 자를 보면서 그들이 점차로 자신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나는 느꼈다. 아직도 그 죽은 몸뚱이는 끔찍하게 버림받아서 사랑을 갈망하고 있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