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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도시의 눈 - 겨울 판화(版畵) 2

■● 2012. 9. 28. 19:50
도시에 전쟁처럼 눈이 내린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가로등 아래 모여서 눈을 털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서 내 나이를 털어야 할까? 
지나간 봄 화창한 기억의 꽃밭 가득 아직도 무우꽃이 흔들리고 있을까? 
사방으로 인적 끊어진 꽃밭, 새끼줄 따라 뛰어가며 썩은 꽃잎들끼리 모여 울고 있을까.

우리는 새벽 안개 속에 뜬 철교 위에 서 있다. 
눈발은 수천 장 흰 손수건을 흔들며 하구(河口)로 뛰어가고 너는 말했다.  
물이 보여.  얼음장 밑으로 수상한 푸른 빛.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 은빛으로 반짝이며 떨어지는 그대 소중한 웃음. 
안개속으로 물빛이 되어 새떼가 녹아드는 게 보여? 
우리가. 

 

나, 진짜 보석을 만져본/본 적이 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