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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로스, 에브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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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25. 01:12
낸시가 그의 병실 침대에 앉아 그의 품에서 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녀가 열세 살 때 그가 그녀를 떠난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그를 도우러 해안까지 오기는 했지만, 이 차분하고 분별력 있는 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부모의 이혼으로 생긴 어려움들을 되새기면서 반평생 이상 품고 살았던, 부모의 화해라는 사라지지 않는 환상을 고백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다시 만드는 건 불가능해." 그는 작은 소리로 말하며 딸의 등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품 안의 그녀를 살며시 흔들었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여.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여라. 다른 방법이 없어."
그것은 진실이었고 또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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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내지 말아요, 주저하지 말아요"하는 소리를 그녀에게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는 그들 모두를 너그럽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가망 없는 사람들에게도. 보통 그런 사람들이 수업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멋진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은 영감을 받고 왔어요."하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마침내 그 소리가 지겨워지자 그는 척 클로스가 어떤 인터뷰에서 한 말을 기억나는 대로 들려주었다.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간다. 그는 데생부터 시키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 데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각상을 그리게 하면 비례니 비율이니 하는 온갖 문제들이 쏟아져나올 터였다. 그래서 그는 초보적인 것(물감을 늘어놓는다든가, 팔레트의 색 배합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두 번 정도 가르친 다음, 매체 자체에 익숙해졋다 싶으면 탁자에 정물 - 꽃병, 꽃, 과일, 찻잔-을 놓고 그것을 참조점으로 이용해보라고 권했다. 창조적인 시도를 해보라고 말했다. 그들이 긴장을 풀고 팔 전체를 이용하여, 가능하면 두려움 없이 그림을 그리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는 사물이 실제로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해석을 하세요." 그는 말했다. "이건 창조적인 행위예요." 그렇게 말하다 보면 안타깝게도 이렇게 말해야 하는 일도 생겼다. ... 최대한 상냥하게... "그렇게 많은 해석은 원치 않아요." 그림교실에서 그가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곤경은 학생이 상상으로 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늘 '창조성;과 자신을 풀어놓는다는 생각에 몹시 열광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수업시간마다 공통된 주제가 되었다. 때로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져 학생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꽃이나 과일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은데요. 선생님처럼 추상을 하고 싶어요." 초심자가 스스로 추상이라고 부르는 것을 할 때는 그것에 대한 토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뭐든지 마음에 드는 걸 해보세요." 그런 뒤에 작업실을 돌아다니며 의무적으로 한마디씩 해주다가 추상화를 그리려는 시도와 마주치면 역시 예상대로 "계속해보세요"하는 말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밀리선트에게는 "너무 꾸미려 하지 마세요"하고 자주 말하기는 했지만, 그 외에 그가 제안하는 것들을 그녀는 속속들이 흡수해들였다. 그녀는 그가 하는 모든 말에서 아주 작은 의미라도 다 찾아내려는 것 같았다. 그ㅡ녀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그녀의 본능에서 바로 나오는 것 같았다. 그녀의 그림이 반의 다른 누구와도 달랐던 것은 단지 스타일이 달라서가 아니라 사물을 느끼고 인식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부족한 데가 가지가지였다.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선의가 넘쳤지만, 그래도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못참기도 했다. 심지어 무심코 던진 비판에 한 남자, 어떤 제조회사의 전직 최고경영자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민감하게 굴었다. 그러나 밀리선트는 그런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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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악한 새끼들! 삐치기만 잘하는 씨발놈들! 할 줄 아는 게 비난밖에 없는 이 조그만 똥 덩어리들! 내가 달랐고, 일을 다르게 처리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그는 자문해보았다. 지금보다 덜 쓸쓸할까?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이게 내가 한 짓이야! 나는 일흔하나야. 나는 이런 인간이 된 거야. 이게 내가 여기 오기까지 한 일이고, 더 할 말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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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지 않아 그는 메레테가 그 작은 구멍 이상의 것, 아니 어쩌면 그 이하의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이런저런 수많은 불확실한 것들 때문에 무엇 하나 끝까지 생각으 ㄹ하지 못하고 중간에 막혀버리거나 다른 길로 빠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영심이 실제로 얼마나 큰지, 겨우 이십대임에도 나이 드는 것을 얼마나 병적으로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었다. 노동 허가증에 문제가 있고, 소득세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세청과 세금 문제가 오랫동안 꼬여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 응급 관상동맥 수술이 필요했을 때는 그녀가 병을 엄청나게 무서워하고, 위험에 직면했을 때는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그녀의 대담함은 전적으로 에로티시즘의 영역에만 한정되어 있으며, 그너가 그들 사이의 에로틱한 모든 것을 한계까지 밀어붙인다는 점이 그들을 강력하게 맺어주는 유일한 요소임을 뒤늦게야 알게 된 셈이었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쓸모있는 아내를 아주 약한 압력에도 부서져버리는 아내로 바꾸어버린 셈이었다.
그것은 진실이었고 또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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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내지 말아요, 주저하지 말아요"하는 소리를 그녀에게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는 그들 모두를 너그럽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심지어 가망 없는 사람들에게도. 보통 그런 사람들이 수업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멋진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은 영감을 받고 왔어요."하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마침내 그 소리가 지겨워지자 그는 척 클로스가 어떤 인터뷰에서 한 말을 기억나는 대로 들려주었다.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간다. 그는 데생부터 시키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 데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각상을 그리게 하면 비례니 비율이니 하는 온갖 문제들이 쏟아져나올 터였다. 그래서 그는 초보적인 것(물감을 늘어놓는다든가, 팔레트의 색 배합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두 번 정도 가르친 다음, 매체 자체에 익숙해졋다 싶으면 탁자에 정물 - 꽃병, 꽃, 과일, 찻잔-을 놓고 그것을 참조점으로 이용해보라고 권했다. 창조적인 시도를 해보라고 말했다. 그들이 긴장을 풀고 팔 전체를 이용하여, 가능하면 두려움 없이 그림을 그리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는 사물이 실제로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해석을 하세요." 그는 말했다. "이건 창조적인 행위예요." 그렇게 말하다 보면 안타깝게도 이렇게 말해야 하는 일도 생겼다. ... 최대한 상냥하게... "그렇게 많은 해석은 원치 않아요." 그림교실에서 그가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곤경은 학생이 상상으로 그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늘 '창조성;과 자신을 풀어놓는다는 생각에 몹시 열광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수업시간마다 공통된 주제가 되었다. 때로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져 학생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꽃이나 과일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은데요. 선생님처럼 추상을 하고 싶어요." 초심자가 스스로 추상이라고 부르는 것을 할 때는 그것에 대한 토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뭐든지 마음에 드는 걸 해보세요." 그런 뒤에 작업실을 돌아다니며 의무적으로 한마디씩 해주다가 추상화를 그리려는 시도와 마주치면 역시 예상대로 "계속해보세요"하는 말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밀리선트에게는 "너무 꾸미려 하지 마세요"하고 자주 말하기는 했지만, 그 외에 그가 제안하는 것들을 그녀는 속속들이 흡수해들였다. 그녀는 그가 하는 모든 말에서 아주 작은 의미라도 다 찾아내려는 것 같았다. 그ㅡ녀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그녀의 본능에서 바로 나오는 것 같았다. 그녀의 그림이 반의 다른 누구와도 달랐던 것은 단지 스타일이 달라서가 아니라 사물을 느끼고 인식하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부족한 데가 가지가지였다.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선의가 넘쳤지만, 그래도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못참기도 했다. 심지어 무심코 던진 비판에 한 남자, 어떤 제조회사의 전직 최고경영자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민감하게 굴었다. 그러나 밀리선트는 그런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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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악한 새끼들! 삐치기만 잘하는 씨발놈들! 할 줄 아는 게 비난밖에 없는 이 조그만 똥 덩어리들! 내가 달랐고, 일을 다르게 처리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그는 자문해보았다. 지금보다 덜 쓸쓸할까?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이게 내가 한 짓이야! 나는 일흔하나야. 나는 이런 인간이 된 거야. 이게 내가 여기 오기까지 한 일이고, 더 할 말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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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지 않아 그는 메레테가 그 작은 구멍 이상의 것, 아니 어쩌면 그 이하의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이런저런 수많은 불확실한 것들 때문에 무엇 하나 끝까지 생각으 ㄹ하지 못하고 중간에 막혀버리거나 다른 길로 빠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영심이 실제로 얼마나 큰지, 겨우 이십대임에도 나이 드는 것을 얼마나 병적으로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었다. 노동 허가증에 문제가 있고, 소득세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세청과 세금 문제가 오랫동안 꼬여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 응급 관상동맥 수술이 필요했을 때는 그녀가 병을 엄청나게 무서워하고, 위험에 직면했을 때는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그녀의 대담함은 전적으로 에로티시즘의 영역에만 한정되어 있으며, 그너가 그들 사이의 에로틱한 모든 것을 한계까지 밀어붙인다는 점이 그들을 강력하게 맺어주는 유일한 요소임을 뒤늦게야 알게 된 셈이었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쓸모있는 아내를 아주 약한 압력에도 부서져버리는 아내로 바꾸어버린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