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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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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4. 03:07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 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 어느 늦은 저녁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생생한 건
부스러질 것들
부스러질 혀와 입술
따뜻한 두 주먹
부스러질 맑은 두 눈으로
유난히 커다란 눈송이 하나가
검은 웅덩이의 살얼음에 내려앉는 걸 지켜본다
무엇인가
반짝인다
-저녁의 소묘 4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밤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온 것은 아침이었다.
한 백년 쯤
시간이 흐른 것 같았는데
내 몸이
커다란 항아리 같이 깊어졌는데
허와 입술을 기억해내고
나는 후회했다
알 것 같다.
일어서면 다시 백년 쯤
볕 속을 걸어야한다.
거기 저녁 잎사귀
다른 빛으로 몸 뒤집는다 캄캄히
잠긴다
- 저녁 잎사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