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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 (인터뷰)

■● 2012. 3. 5. 05:25
http://www.jdzcity.com

사진은 스튜디오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가요?
(현재 친구이기도 한 사진작가 강인기씨를 비롯, 친한 친구들과 함께 스튜디오 BONE을 운영하고 있다.)

영상학과를 전공했어요. 사진은 고등학교 때부터 취미로 찍어서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 프로필을 찍어주다가 일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어떤 작업을 해 왔는지 간단히 얘기해 주신다면요?

개인 portrait 작업을 제일 많이 했고요. 그 중에 배우 이민정씨도 있어요. 누나가 연기하기 전에 알게돼서 대학교 때 같이 작업을 했었어요. 어떤 목적이 필요한 프로필만이 아니라 전형적인 형식을 벗어난 스타일을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온 경우도 있었고 주로 인물에 관한 사진을 다양하게 해 왔어요. 지금은 매거진 <Bling>, <Half & Half>, <Spectrum>을 꾸준히 하고 있고 최근에는 장우혁씨 음반 자켓 사진도 진행했어요.

작업하신 사진들을 보면 화려하고 화사한 색채감이 인상적이에요. 일러스트 등의 효과도 써서 팝아트적인 느낌도 드는데요. 전체적으로 율동감이 많이 느껴졌어요.

원래 칼라를 좋아해요.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하는 편이고요. 그리고 제가 영상을 전공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피사체가 고정되어 있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요. 보통 사진을 찍을 때 포즈를 취하고 찍고, 다시 포즈 바꿔서 찍고를 반복하는데 저는 모델에게 계속 움직이라고 얘기하죠.

Avant-in에서 인터뷰가 릴레이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처음에 강인기 씨가 추천해줬을 때 자신의 사진과 비교하면서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해줬어요. * 사진작가 강인기 인터뷰

네, 워낙 둘의 스타일이 달라서요. 인기는 피사체를 고정해놓고 프레임을 완성하는 방식이고 저는 계속 움직이면서 찍는 편이죠.

성격도 많이 다를 것 같아요. 한 예로 인기씨가 재환씨와 비교하면서 자신은 깔끔하고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좋아하는 반면, 재환씨는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좋아한다고 얘기했었거든요. (웃음)

하하. 네, 맞아요. 저는 불편한걸 싫어해요. 귀찮은 것도 싫고요. 캐주얼한 느낌이 좋아요. 음식도 먹기 편한 것이 좋고요. 반대로 인기는 스튜디오도 음식도 깔끔하게 정리된 것을 좋아하죠. (웃음)

인터뷰 하면서도 두 사람의 스타일이 느껴지는데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어떻게 친구가 됐나 신기할 정도에요.

그래서 친구가 된 것 같아요.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죠. 보는 시각이 달라서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스튜디오에서 배경을 만들고 각자 사진을 찍어요. 그리고 나중에 둘의 사진을 보면 다른 배경에서 찍은 것 같아요. 같은 배경인데 전혀 다른 느낌의 사진이 나오거든요. 오히려 그래서 안 부딪치는 것 같아요. 각자의 영역이 확실히 있기 때문이죠. (웃음)

작업은 보통 어떻게 하는 진행하는지 궁금해요.

일단은 원하는 것을 물어보죠. 그런데 대부분 저와 작업하기 원하는 분들의 특성은 기존의 이미지나 제한된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의뢰가 많이 들어와요. 저 역시도 한정적인 것을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기존의 이미지 전체를 배제 하지는 않지만 왜 별로였는가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그러면 어떻게 작업해 갈 것인가에 대한 설정을 해나가죠.

주제에 대한 고민이나 분석을 많이 하는 편인가 봐요.

하나하나 뜯어보며 분석을 하진 않아요. 실제로 이미지를 붙여보거나 상상과 감성으로 느낌이 오는 직감을 믿는 편이죠. 너무 머리를 써야 된다면 그건 이미 아닌 것 같아요. 전 사진을 찍을 때도 배경을 미리 생각하지 않거든요. 물론 기본적인 것은 준비하지만, 괜찮을 것 같은 배경이다 싶으면 바로 찍고 어떤 색깔이 떠오르면 그 색을 반영해서 찍고요.

치밀하게 계획을 하거나 예정된 그대로 진행하지 않는 편이군요.

네. 저는 예측된 결과물을 별로 안 좋아해요. 머리속에 이미 예측 가능하면 작업을 하면서도 흥미가 떨어지거든요. 늘 현장에서 발견하는 의외성이 좋아요. 저나 다른 스탭, 모델들이 작업하면서 ‘이거 괜찮은데?’ 라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면 뿌듯하죠. 현장에서 오케이 컷이 나도 편집을 안 해요. 왜냐면 나중에 봤을 때 다른 사진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하거든요.

Neonethy – I’m wearing my vintage jacket from JDZ on Vimeo

실제로 촬영을 하거나 준비할 때도 다른 가능성을 많이 열어두는 편이겠어요.

예를 들어 제가 특정 조명을 쓰기로 했는데 실수로 다른 조명이 와도 일단 찍어봐요. 그런데 괜찮은 경우가 의외로 많이 있어요. 사람의 얼굴은 모두 다르거든요. 예전에 사용한 최적의 설정을 이번에도 적용한다고 해서 최고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아요. 이런 돌발적인 상황이 재미있어요. 항상 예상대로는 못하잖아요. 새로운 각도로 보려고 노력하죠.

작업하나를 하더라도 굉장히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서 모든 것이 제대로 준비되어야만 하는 아티스트도 많은데 실제 성격의 반영인가요? 굉장히 낙천적이고 변화를 즐기는 것 같아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예상을 빗나가는 의외의 결과를 좋아해요. 그래서 항상 평면적인 아이디어에서 한가지를 꼭 비틀고 싶은 심리가 있어요. 실제 성격은 낙천적이고 편안한 것을 좋아하는데 다혈질이고 변덕도 심하고 그래요. (웃음)

그런 의외성을 추구하며 가장 재미있게 작업한 경험이 있을까요?

음.. 저는 어쨌든 재미가 없거나 흥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끝까지 바꾸거든요. 배경을 바꾸던가, 소품이나 의상을 바꾸면 좋겠다고 얘기해요. 마음에 들지 않은 요소가 바뀌고 나면 어쨌든 저한테는 마음에 드니까요. 결과적으로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작업한적은 없어요. 그런데 그건 제가 마음에 드는 사진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잖아요. 그 간극 속에서 요즘 고민이 많아요. 또 제 색깔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남들이 저의 색깔이라고 얘기해 주는 것이 다르고, 제가 하고 싶은 것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의 고민도 있고, 둘 중 뭐가 더 좋은 것에 대한 고민도 있죠. 이 일을 그래도 꾸준히 해오면서 느끼게 되는 갈등인 것 같아요.

온전한 작가 정재환으로서 하고 싶은 것이 무언지 궁금해요.

하고 싶은 것은 참 많은데.. (웃음) 제가 음악 만드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취미로 만드는 정도지만 음악을 워낙 좋아해요. 저는 사진을 찍던, 음악을 듣던 감성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사진을 찍을 때도 주제에 맞는 음악을 꼭 틀어야 해요. 그래야 모델도 그 감성으로 움직일 수 있고 저도 사진을 찍을 때 감성에 빠지면서 연출이 가능하고요. 사진작가도 어떤 부분 연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인터뷰 하는 내내 스튜디오에는 그가 선곡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제 홈페이지를 볼 때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놨을 때 제 사진과 어울려야 해요. (웃음)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전시를 하게 된다면 음악과 사진이 어우러지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어떤 음악 좋아하나요?

뉴디스코계열 좋아하고요. 일렉트로닉이나 인디밴드 음악도 좋아해요. Cut Copy나 Holy Ghost!, Blood Orange 많이 듣고요. LCD Soundsystem은 언제나 좋고. Miami Horror, Siriusmo도 좋아해요. (얘기하며 그는 자신의 아이패드에 있는 음악들을 성의 있게 고르며 보여주기를 반복했다.)

음악을 듣거나 만드는 경험이 사진을 찍을 때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 같아요.

네. 음악을 만들면서 사진에 대해 많이 배워요. 제 생각에 사람들은 시각적인 요소에 더 관대한 것 같아요. 음악은 좀더 개개인의 취향이 분명하고 듣기 싫은 음악은 정말 듣기 싫잖아요. 사진 같은 경우는 사진이 별로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모델이 있고, 좋아하는 옷이 있으면 괜찮게 보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음악은 보컬이나 리듬 중 하나만 좋다고 해서 골라 들을 수 있지는 않잖아요. 리듬, 멜로디 중 하나만 어긋나거나 안 어울리면 훌륭한 곡이 될 수 없으니까요. 거기서 조화라는 것을 배웠어요. 신기하게도 그 조합을 잘 찾아내면 정말 좋은 음악이 탄생해요. 그래서 나중에는 형태도 없는 음악이 세계를 돌아다니잖아요. 그게 정말 큰 매력 같아요. 그러면서 사진을 보는 눈이 많이 바뀌었어요. 사진에서도 조화를 찾기 시작했죠. 심플하지만 어울리는 것. 화보든 길거리에서 찍은 사진이든 그 자체가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말은 굳이 전문성이나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아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요?

네. 제 생각에 지금 사회는 다양함의 추구도 늘어나고 기술도 발달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시대 같아요. 어떤 원리로 자신을 표현하는가?가 중요하지 그 틀이나 형식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사진작가가 사진도 찍고 일러스트를 그릴수도 있잖아요. 두 작품을 볼 때 한 창작자의 느낌, 호흡이 느껴지는 것이 중요하지 표현의 도구는 도구일 뿐이죠. 거기서 느껴지는 일관성이나 원리를 발견하는 것이 재미죠. 이제 사람들도 블로그나 SNS가 발달하면서 대단한 화보나 광고가 아니라 일반적인 일상의 순간이라도 느낌 있게 포착 할 수 있다면 거기에 더 열광하는 것 같아요. 미니멀한 요소만 가지고도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겠죠.

여태까지 완성된 곡은 몇 곡 정도 있는 건가요?

아직은 2~3곡 정도에요. 최근 작업한 질 스튜어트(Jill Stuart) 광고에 삽입된 음악도 직접 작업했어요. 그런데 아직은 공부하는 단계라 꾸준히 배우고 시도해 보고 싶어요.

(질 스튜어트 광고 영상)

인터뷰하며 감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감성은 무엇인가요?

감성 자체를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사진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작업하잖아요. 제게 감성을 느낀다는 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소통하느냐? 한 마음, 하나의 느낌으로 했는가?인 것 같아요.
어떤 사진을 보면 ‘다같이 하나의 감성을 표현했구나’가 느껴져요. 반면에 다른 사진을 보면 스탭 간에 의견 충돌이 보이기도 하고요. 일단 다른 생각을 하면 감성이 다른 것이니까요.
한편으로 다른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뜻밖의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건 서로의 감성을 존중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고요. 그걸 콜라보레이션이라 부를 수 있겠죠.

어떤 사직작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딱히 저 자신을 사진작가라고 규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제가 추구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하고 싶어요. 사람들과 모여서 같은 감성을 표현한다면 그게 뭐가 됐든 중요치 않아요. 사진이든, 그림이든 영상이든…

그럼 10년 후에는 뮤지션으로 만날 수도 있겠어요. (웃음)

표현방법은 정말 많으니까 굳이 한정을 지을 필요는 없겠죠? (웃음)

본인의 이름을 ‘JDZ’로 표기하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본명인 정재환과도 뚜렷한 연관성은 없어보이는데…

이것도 처음에는 고민했어요. 대부분 사진작가들은 본명 그대로 사용하거든요. 어렸을 때 만들었는데 계속 쓰게 되네요. 뜻은 비밀이에요. (웃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스튜디오를 연지 4년이 됐어요. 그런데 다들 바빠지면서 우리 작업을 할 시간이 없었는데 처음에 스튜디오 시작한 목적에 맞게 친구들끼리 같이 하는 작업을 많이 하려고요. 자체적으로 내년에는 우리 같이 전시도 할 계획이에요.

마지막으로 Avant-in 에 추천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매거진 <Spectrum> 편집인이자 저널리스트인 홍석우씨를 추천합니다. 또 한 명은 일러스트 작가이자 저랑 화보 작업을 같이 하고 있는 ‘rapbong’이라는 친구인데요. 같이 작업했을 때, 제3자의 눈으로 사진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요.

정재환 홈페이지 : http://www.jdzcity.com

출처 : http://www.avant-in.com/archives/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