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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규, 내 마당

■● 2012. 1. 12. 12:50

 

내 마당에는 매일 잉어 떼가 온다

무언가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며 파도의 산을 넘어

내 마당에는 매일 은행나무가 성큼성큼 다른 길을 내고

마치 사막의 설치류가 오솔길을 만들듯

내 마당에는 매일 청개구리가 폴짝폴짝 담을 쌓는다

담 사이에는 순간순간 이끼가 자라고 봉선화 피고

내 마당에는 담이 없고 내 마당에는 담이 하얗다.

내 마당에는 널 불렀더니 너는 훌쩍훌쩍 마당을 지우고

내 마당에 널 앉혔더니 너는 키득키득 마당을 맛있게 먹었다

내 마당은 너무 넓어 입구가 없고

내 마당은 너무 넓어 자꾸자꾸 죽기만 한다

내 마당에는 매일 잉어 떼가 오고

고통도 없고 절망도 없고 미래도 없고 사랑도 없다

내 마당은 커다란 배가 되고

나는 끝없이 노를 젓고 더 이상 동료도 없고

나는 땡볕에도 녹지 않는 얼음산을 향해 나아간다

물론 희망도 없이, 내 마당을 완성하기 위하여